홍대앞]우라라-새로 생긴 일본풍 디저트 카페
딱히 새로 생긴 집이라서 가보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마침 그런 음식도 먹어보고 싶었던지라 수요일 저녁 홍대앞 디저트 카페 우라라에 가 보았다. 찾고 보니 위치가, 예전에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어도 다른 카페가 있던 자리였던지라 홍대 앞도 이제 물갈이가 되나? 라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가 깔끔하지만, 부담스럽게까지 깔끔하지는 않은 가운데 메뉴를 들여다 보니 가게를 꾸려가는 분들이 일본에서 즐겨 만들어 먹었던 디저트들을 낸다는 설명이 있길래 복잡하거나 기교가 많이 필요한 음식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비닐주머니에 사진을 끼울 수 있어 때가 타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내용물을 교체할 수 있는 메뉴에는 몇 가지의 제누와즈와 일본식 단팥죽을 비롯해서, 전부 다섯 가지 정도의 상대적으로 단촐한 느낌을 주는 디저트가 있었고, 그 가운데 초콜렛 제누와즈와 단팥죽을 시켰다.
날씨가 추워지기도 해서 그런지, 가운데를 털실로 감은 피처에 적당히 미지근한 보리차(옥수수차였나?)를 내오던데, 대단한 건 아니면서도 꼼꼼하게 신경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날씨도 춥고, 디저트면 달텐데 씻어내리기에는 찬물보다는 이런 종류의 차가 낫다고 생각했고, 또 온도도 딱 적당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막 문을 열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구운 머랭, 카라멜, 그리고 이름은 모르나 속에 콩이 들고 가루 설탕을 입힌 둥근 과자가 나왔다. 머랭은 매끈하게 윤기가 나고 바삭했고, 이름을 모르는 과자는 속에 든 콩(피스타치오였던 것 같기도?)의 고소한 맛과 약간 짠맛, 그리고 겉에 살짝 입힌 가루 설탕의 폭신한 단맛이 잘 어울렸다. 카라멜은 적당한 수준까지만 달았다.
일단, ‘젠자이’ 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 단팥죽. 나는 일본의 음식이나 맛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이 단팥죽이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그것과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적당히 껍질이 남아있어 부드러우면서도 까칠함이 심심하지 않게 남아있는 팥죽을 바탕으로, 겉을 구워 삶아서 만드는 우리나라의 새알심과는 달리 겉면의 미끈미끈함을 없앤 떡, 밤, 그리고 호박의 조화가 좋았다. 처음 주문을 할때에도 물어보기는 했지만, 아주 달지는 않았으며 온도 역시 너무 뜨겁거나 차거나 하지 않아 딱 먹기 좋은, 어느 한쪽으로 모난 구석이 없는 편안한 맛이었다.
같이 먹으라고 잘게 썬, 짠맛이 도는 다시마조림도 같이 나왔는데, 워낙 단맛과 짠맛의 밀고 당기기를 좋아하는데다가 씹는 맛이 있는 다시마의 식감대조가 좋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초콜렛 제누와즈. 뭐 제누와즈라고 부르고 싶으면 제누와즈도 될 수 있고, 사실은 계란을 많이 넣은 일본풍의 카스테라가 아닐까 하는 느낌도 있었다. 어쨌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지름이 8cm 정도 되는 자그마한 제누와즈의 바닥에 카라멜 시럽을 살짝 깔고, 위에는 초콜렛 녹인 것으로 덮었으며, 그 위에 약간의 부순 피스치오을 얹었다. 거기에 튀일이 한 개 나오고, 바닥에는 세로로 반 가른 작은 바나나를 ‘브륄레’해서 곁들였다.
이렇게 재료를 나열하면 대강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조합만으로도 맛이 없을 수 없는 생각이 바로 드는데 관건이라면 어느 한 가지 맛, 특히 단맛이 전체적으로 너무 압도하지 않도록 각각의 요소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단 제누와즈와 튀일은 아주 약간, 너무 단 것 아닌가 느낌이 들었지만 제누와즈와 튀일 답게 촉촉하고 또 바삭바삭했다. 여기에 기본적으로 미끈거리는 느낌의 바나나는 별 무리가 없는 짝이고, 그 제누와즈의 촉촉함과 튀일의 바삭바삭함 사이에 부순 피스타치오가 있는 셈인데 맛은 괜찮지만, 식감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약간 콩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피스타치오의 맛 자체야 쿠키나 케이크, 또는 아이스크림의 단맛에 비교적 잘 어울리지만, 알갱이가 작고 식감 자체가 바삭바삭하지 않기 때문에 제누와즈와 튀일 사이에 서 있기는 좀 어정쩡한 느낌이었으며, 또한 이에 끼는 경향이 있었다. 계란이 많이 들어간 빵 위에 얇게 썬 아몬드는 좋은 짝이니 피스타치오 대신 얇게 썬 아몬드를 얹는 편이 식감이나 맛 두 측면 모두에서 훨씬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닥의 카라멜과 꼭대기의 초콜렛 모두 이해는 가는 선택이었지만, 어찌되었거나 둘 다 단맛이 우세하기 때문에(굳이 따지자면 카라멜의 단맛이 조금 더 우세했던듯?)둘이 한데 합쳐 더 좋은 느낌을 끌어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페측에서도 너무 달지 않냐는 반응을 들었던 듯, 레몬인가 박하향이 기분 좋게 풍기는 뜨거운 차를 따로 내주셨는데, 잘 어울렸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음식의 ‘컨셉트’ 가 해먹었던 것들을 내놓는 것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맛의 느낌은 거기에 충실하게 편안한 느낌이었다. 특별히 어렵게 만든 무엇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똑같은 것을 오래 만들어본 아마추어가 빚어내는 순진하고 편안한 맛이라고나 할까? 사실 내가 밖에서 무엇인가를 먹고 ‘아마추어’ 라는 표현을 쓰면 좀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그저 순진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는 것들 강조하고 싶었을 뿐.
어쨌든, 좋은 느낌으로 두 가지 디저트를 먹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일단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각각의 후식에 조금 더 차별되는 색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가짓수가 더 늘어나게 될지는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현재 있는 다섯 가지만을 놓고 생각해 볼때는 같은 제누와즈로 만든 디저트가 세 가지이고, 다른 두 가지도 다른 디저트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주는 맛의 느낌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네 사람이 와서 각각 하나씩 시켜 나눠먹는다고 가정을 해 본다면, 현재의 차림으로는 그 네 사람이 서로 다른 네 가지를 시켜서 조금씩 다른 경험을 골고루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제누와즈 디저트는 조금씩 다른 재료를 곁들이고 그만큼 다른 느낌도 나기는 하겠지만, 기본이고 가장 부피가 큰 제누와즈의 맛이 같다면(물어보지 않았는데 같은 제누와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50%정도는 맛의 느낌이 같지 않을까?
그래서 만약, 제누와즈 디저트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손쉬울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케이크 파는 가게에서 그렇게 하듯 녹차면 녹차, 커피면 커피…이런 식으로 아예 다른 맛의 제누와즈를 굽는 것이 되겠지만, 이건 사실 공간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카페에서 준비를 따로따로 해야하므로 그렇게 능률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그 많은 케이크 가게에서 그런 식으로 다른 맛으로 구웠다고 하는 제누와즈들 대부분의 맛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적어도 경험만을 놓고 따져보자면(레시피들을 뒤져봐도 사실 그런 재료들이 그렇게 큰 비율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 ‘맛’ 을 넣는다는 것이 결국은 ‘향’ 을 넣는다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럴바에는 차라리 제누와즈에 곁들일 수 있는 부재료들에 다른 향을 넣는 것은 어떨까,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제누와즈를 촉촉하게 만들기 위해 시럽을 쓰는지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 시럽을 서로 다른 향이 첨가된 몇 가지 종류로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먹었던 초콜렛 제누와즈의 밑에 깔린 카라멜을 레몬 카라멜로 만든다거나, 아예 초콜렛에 뭔가 다른 향을 넣는다거나… 하는 정도만 되어도 맛을 차별화하는데 훨씬 낫지 않을까? 게다가 디저트들에서 과일의 느낌이 너무 없는 것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그렇게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다른 느낌의 디저트를 만드는데 조금 거들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한 지금은 일단 겨울이니까 현재 이 집에서 내는 따뜻한 맛과 느낌의 디저트들이 사람들한테 어느 정도는 인기를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인데, 계절이 좀 지나 여름 정도가 된다면 그때쯤에는 문을 연지 시간도 좀 되었겠다, 이 집의 진짜 색깔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앞에서도 과일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는데, 기본적으로 디저트 카페에서 네 다섯가지를 내놓는다고 한다면 그 모두가 아예 다른 느낌(뭐 예를 들자면, 맛만을 놓고 보았을 때에도 크게 신맛이 등뼈를 이루는 디저트와 단맛이 등뼈를 이루는 것으로 나눌 수 있고, 신맛의 디저트라면 사과와 같은 과일이 다르고, 겨울이라면 감귤류가 다르고 봄이면 또 딸기가 다르고, 단맛이라면 초콜렛일 수도 있고 카라멜일 수도 있고… 거기에서 또 따져보고 싶다면 아이스크림과 같이 찬 디저트, 파이와 같이 따뜻한 디저트… 끝이 없구나-_-;;;)인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적어도 한 가지 정도는 과일로 되거나 과일향이라도 느낄 수 있는 디저트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다. 기본적으로 복잡하지는 않아도 깔끔한 솜씨를 느낄 수 있었고, 또 맛 역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순진하고 깔끔한 뭐 그런 느낌이어서 계절이 바뀌거나 새 디저트가 나오거나 한다면 또 가서 맛을 보고 싶지만 어제 먹어본 것으로 나머지 제누와즈가 아주 많이 궁금해져서 빠른 시일 내에 또 가서 먹어 볼 것 같지는 않은 것이 지금 막 드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인테리어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는데,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았던 가운데 간판에 지나치게 작게 박힌 가게 이름은 여백의 미를 살린다고 하기에는 너무 작아서 사람들의 눈에 잘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같은 이유로 명함도 깔끔하고 예뻤지만 전화번호나 주소, 그리고 지도마저 너무 작게 찍힌 느낌이었다. 지금 내오는 디저트들에 새 식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때 다시 들러보고 싶다.
# by bluexmas | 2009/11/13 12:09 | Taste | 트랙백 | 덧글(24)
그리고 서비스로 챙겨주는 소소한 먹거리들도 맘에 들구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
맛있는 건 나눠먹고 싶잖아요 흐흐^^
단팥죽하면 어쩐지 놋그릇…한국형쉼터(카페라고 하니 왠지 그래서 히히)
뭐 그런게 떠오르는데 카페에서 단팥죽이라..스프를 떠 먹는 느낌일까요 어찌보면 스프랑 다를게 없겠지만요:9
(요즘 폴앤 파울리나와 빵드빠빠에서 빵을 조달해 먹고 있습니다 -_-;; )
(저도 요즘은 그 두 군데의 빵만 먹고 있어요. 뺑드빱빠에서 한보따리 사다가 냉동하고 뭐 그렇게 먹고있지요^^)
차만 괜찮은 것으로 나오면 최고일텐데요. 개인적으로 녹차 종류가 좋은데 괜찮은게 있다면 좋겠네요
역시 콕콕 찝어서 정확하게 적어주셨네요. ㅎㅎ
며칠 전 본 포스팅은 별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bluexmas님 포스팅 보니 가게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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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 회사 책 잘 알아요! 어릴 때 전집 나온 건 정말 다 읽었어요. 한 백만권 읽었을 듯… 어린이를 위한 과학전집 뭐이런 것들 많이 나오지 않나요? 하여간 주말에도 기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