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법은 내가, 너는 조리만-America’s Test Kitchen
뭐랄까, 농담으로는 친구들끼리 쓰더라도 왠지 공식적인 자리랄지, 이런 데에 떡허니 내놓는 글에는 쓰면 안 될 것 같은 단어라고 생각이 되는, 누군가를 비하하는 geek나 nerd, 그리고 dork 같은 단어들이 있다. geek나 nerd는 그렇다 쳐도, dork는 또 뭘까? 사전을 찾으면 뜻이야 나오겠지만, 나는 언제나 저 사진 오른쪽의 남자-정면이면 더 좋았을 것을-를 보면 참 그 단어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에게는 좀 미안해지지만…
사실, 그는 dork 라기 보다는 천재 genius에 가까운, America’s Test Kitchen의 창립자 Christoper Kimball이다.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 아메리카스 테스트 키친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관련된 모든 조리법이며 장비, 재료 등등을 시험대에 올려 평가하는 일종의 사업체인데,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역시 조리법 시험이다. 인터넷의 발달에 은총을 입어 참으로 많은 레시피들이 사람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 되었는데, 이 미국 아줌마들이 써먹어 보았더니 좋다-며 올리는 조리법들 가운데에는 참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 참 많다. 뭔가 음식이 만들어지기는 하는데 너무 주먹구구식이라거나 미국사람답게 조금의 의심도 없이 계속해서 써서 사실은 맛이 없는 음식을 만들도록 하는 조리법이라고나 할까? 아메리카스 테스트 치킨에서는 그런 조리법들을 그러모아, 전부 음식을 만들어 보면서(최소한 수십번씩!) 장단점을 분석, 종합해서 손발이 달린 사람이라면 따라했을 때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조리법을 선보인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 특유의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긴 글을 써 그 과정이며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해준다. 그러므로 음식을 만드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줘, 다음에 비슷한 음식을 만들때 응용할 수도 있게 만든다. 이런 조리법들은 격월로 나오는 Cook’s Illustrated 라는 잡지나, 기타 단행본은 물론, 돈을 받고 공개하는 홈페이지에서도 접할 수 있다.
PBS, 즉 Public Broadcasting System 이라는, 내가 알기로 비영리인 방송국에서는 이들이 만드는 요리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 방영한다. 광고도 없이 30분이 채 안 되는 이 프로그램은 그런 접근방법으로 다듬은 조리법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그 밖의 장비와 식재료 시험의 결과 등등을 보여준다. 그 모든 내용이 음식의 성공에 맞춰져 있고 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가운데, 저 dork 분위기 물씬 풍기는 크리스토퍼 킴벌의 비아냥거림은 꽤나 쏠쏠한 재미를 건네준다.
매년 스무편 가까이 새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모아 조리법이 담긴 책과 함께 DVD를 내놓는데, 다른 사람들이 ‘미드’ DVD를 사듯 이 DVD의 작년과 올해 시즌분을 최근에 샀다. DVD는 각각 네 장에 여덟 시간 정도의 분량이고, 책에는 그 DVD의 조리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약간 변태인지 하루 종일 이것만 봐도 즐거워서, 아껴서 보겠다고 마음 먹고는 틈틈이 2주만에 다 보게 되었다. 전형적인 미국 음식들은 물론, 요즘은 아시아 음식이나 디저트류까지 골고루 손을 대고 있어서, 보다보면 조리법을 따라 무엇인가를 만들어 먹고 싶어진다.
# by bluexmas | 2009/10/28 10:45 | Taste | 트랙백 | 덧글(13)
요리란게 조금만 관심갖고 시작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맛있는 걸 조금씩 아껴먹는게 불가능한 것처럼 다 보고 마셨군요 후후^^
언젠간 디비디 내용 속의 음식을 포스팅해주실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