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각 2차 방문-소금 한 ‘꼬집’ 이 아쉬운 음식들

영어에 ‘pinch’ of salt 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걸 한 ‘꼬집’ 이라고 귀엽게 번역한 책들을 보았다. 진짜 귀엽기는 한데, 나는 왜 그게 그렇게 어색하게 느껴졌을까? 사실 저런 식으로 영어를 우리말로 바꿔쓰는 노력을 굉장히 좋아하고 또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애를 쓰는데, 저 ‘꼬집’ 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드니 아무래도 이건 내 못된 편견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지난 번에 족발을 먹었던 대한각에 다시 한 번 가서 여느 중국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먹어봤는데, 그때 족을 먹으면서 도 느꼈고, 또 아무개님께서도 덧글에서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이 집은 간이 전반적으로 너무 밋밋해서 그야말로 소금 한 ‘꼬집’ 이 아쉽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었다. 그런 인상이 지배적이었음을 먼저 밝히고 먹었던 요리들에 대한 얘기를 해 보자.

먼저 깐풍기(22,000). 생각보다 가격이 싸서 웬일인가 싶었더니 나온 접시는 두 사람이 먹으면 딱 알맞을 정도의 양이었다. 물론 거기에 불만은 없었다. 일단 약간 두껍다는 느낌이 드는 튀김의 상태는 굉장히 좋았다. 깨끗한 기름에, 겉은 소스가 아니라면 바삭바삭하고, 속의 닭고기는 씹는 맛이 좀 있는 다리살을 쓴 느낌이었는데 부드러워 맛있는 튀김의 필수 조건인 겉과 속의 식감 대비가 좋았다. 그러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스가 밋밋했는데, 매운맛과 단맛을 조금 느낄 수 있었지만 어떤 맛도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다음에 나온 군만두를 먹어보니, 소스가 없었더라면 바삭거리다 못해 뻣뻣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기는 했지만, 그냥 튀김만 먹어도 좋을 뻔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시킨 군만두(5,000, 8개). 그 전에 영화를 보고 배가 너무 고픈 채로 식당에 들어갔는데 가장 먼저 누군가 먹고 있던 군만두가 눈에 들어와서 시켜보았다. 너무 바삭바삭해서 입천장을 긁을까봐 걱정스러웠던 겉을 생각하면 튀긴 것 같았지만, 또 그 반대로 눅눅함이 남아있던 피의 안쪽면을 생각하면 찐 것을 지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쪄서 튀겼거나…

역시 튀김의 상태는, 너무 바싹 튀겼다는 것만 빼놓으면 좋았지만 피가 두꺼워서 그런지 그 튀김의 좋은 상태가 만두의 안까지 파고 들지는 못해서, 피가 두꺼운 만두를 먹을 때에 속이 닿는 피의 안쪽 면이 눅눅했다. 그래도 손으로 꽤 신경써서 만든 듯한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삼선간짜장. 사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춘장을 많이 넣지 않고 볶아서 좀 허옇다. 맛도 사진으로 보는 것과 비슷해서, 면을 한 젓가락 입에 넣으면 춘장의 여운이 거의 남지 않고 곧 사라져버린다. 야채고 해물이고 할 것 없이 재료의 상태는 좋았으며, 지난 번의 토마토 쇠고기 탕면보다 면도 조금 더 부드럽게 잘 익었다.

대만 출신 화교 가족이 하는 식당이라고 들었는데, 대만의 입맛이 이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집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너무 밋밋하다. 소금도 소금이지만, 기타 다른 양념도 그다지 열심히 쓰는 것 같지 않아서 좋게 말하면 개운하고, 나쁘게 말하면 음식의 여운이 남지 않는다. 특히 소금의 문제는 굉장히 두드러지는데, 짠맛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몇몇 음식에서 재료의 맛 자체가 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누가 간을 보고 음식을 만드는 것일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이 집에서 먹은 모든 것 가운데, 간이 맞는다고 생각했던 것은 전형적인 중국집 깍두기였는데 그 맛의 느낌이 이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누군가가 담근 듯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렇게 음식의 맛이 밋밋하다는 사실이 굉장히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 집의 재료며 솜씨 자체에는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이다. 튀김의 상태도 좋고, 고기며 야채의 상태도 좋고 분위기도 깨끗하고… 대부분의 식당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간을 너무 열심히 해서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그 반대로 너무 간을 안 한다. 간장을 열심히 찍어서 먹기는 했지만 그 짠맛을 찾는 것도 아니었고, 소금은 식탁에 없었는데 음식이 다 만들어진 다음에 소금을 더하는 것은 사실 그 의미가 없다. 돈 내고 먹고, 또 아쉬우면 안 가면 그만이니까 뭐라고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정말 나오면서 왜 이렇게 음식을 싱겁게 하는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지 묻고 싶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사실, 뭔가 그렇게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었다. 남자 직원이 한 명 있어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등의 접대를 하고, 그 나머지를 주인으로 알고 있는 아주머니와 그 자식들이 메꾸는데 사람이 채 반도 안 찬 이른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접대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건 그냥 나의 느낌이기는 했지만, 그 주인 아주머니는 ‘내가 이런 일 할 사람은 아닌데…’ 라는, 친절해 보이지만 별로 마음은 안 그런 듯한 분위기를 생각보다 진하게 풍겼다. 그리고 이건 음식이 어땠는지와는 상관없이 가진 느낌이었다.

어쨌든, 소금 한 ‘꼬집’이 무척이나 아쉬웠던 음식점이었다. 두 번 먹어봤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런 집에서 음식을 먹으면 정말 많이 아쉬워지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by bluexmas | 2009/10/27 10:16 | Taste | 트랙백 | 덧글(16)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10/27 10:23 

정확히는 모르지만 주인아줌마가 교사 출신인 거로 알고 있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좋아하는지,주말 즈음에 단체관광객이 종종 오더라구요. 말씀대로 핀트가 맞는 가게는 아니에요.

사실 짜장면 같은건 한국서 살기 위해 구색맞추기란 느낌도 들구요. 튀김,볶음 솜씨는 괜찮은 게, 3년전얘기지만 궁보육정(쇠고기 땅콩 매운소스 볶음)은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7 10:30

정말 제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이렇게 기본기가 좋은 집이 어떻게 간을 그다지도 못 맞추냐는 것이지요… 주인이 음식 하는 사람들에게 싱겁게 하라고 압력이라도 넣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튀김도, 볶음들도 그 솜씨 자체는 나무랄 데가 없더군요. 재료도 좋구요.

참, 저도 궁보기정-미국에서 ‘쿵파오 치킨’ 으로 많이 먹었죠-을 좋아하는데, 어디 먹을데가 있을까요?

 Commented by turtle at 2009/10/27 14:06

전 최근 먹은 중에선 신사동 ‘대가방’의 궁보계정이 제일 좋았어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49

아,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가방…어째 저도 가봐야 할 것 같아요^^

 Commented by turtle at 2009/10/28 15:29

대가방 2호점은 정말 황이구요…사람 너무 많을 때 가도 좀 별로 같아요. -_-;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27 10:33 

ㅋㅋ 1등! 저도 제목 보자마자 손발이 오그라들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매운 건 참아도 싱거운 건 못 참아요~ 주위 사람들은 탕수육에도 간장을 찍어먹던데 저는 웬만한 음식은 그냥 있는대로 먹는 게 좋거든요 -_-;;;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27 10:34

ㅋㅋ 1등 아니네요… -_-;;;;;;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49

히히 그냥 1등 드릴께요 펠로우님이 양보해주실거에요^^ 내 블로그에서도 1등 놀이가-_-;;;;

 Commented by december at 2009/10/27 10:41 

ㅎㅎㅎ 꼬집은 아무래도 성인 남자가 쓰기엔 과도하게 귀여운 감이 있죠

20대 초반의 어린이들이 쓸만한 단어인 듯 합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50

그, 그렇죠… 저는 좀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구요…@_@

 Commented by Eriz at 2009/10/27 11:20 

근데 저 꼬집이라는 말이 나와서 참 좋은게요 요리할때 소금을 처음에 어떻게 넣지? 하고

감이 안올때가 있었거든요. 그런 요리치이다보니 한꼬집이라는게 너무너무 맘에 들었어요.

영어 번역을 하다 저리 나온 단어라는걸 오늘 알게됐네요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50

앗, 그런데 소금을 손으로 넣으려면 선택의 여지 없이 엄지와 검지로 집어서 넣지 않나요? 다른 경우라면 계량을 하구요…재미있네요^^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27 11:53 

자극적인것도 잘 먹지만

싱거운걸 은근히 좋아하는 저에겐 어쩌면 딱 맞지 않을까 싶네요

깐풍기 사진이 침을 부르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51

근데 그게 소금간이 거의 안 된 느낌이라 어떨지 모르겠어요. 정말 너무 싱겁더라구요. 계속 침 흘리시도록 하는 사진만 올리네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09/10/27 13:43 

대만 입맛이 전반적으로 싱겁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 음식은 너무 맛이 강해서 힘들어한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8 10:51

그런가봐요, 저도 어디에선가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 집은 정말 너무 싱거워서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느낌이었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