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ert(o), Dessert(x) Boots

친구들 가운데, 언제나 아무런 무늬도 상표도 찍혀있지 않은 하얀 크루넥 티셔츠에 청바지(대부분 갭이나 백화점에서 널어놓고 파는 싼 리바이스 501 같은 것들)만을 거의 사시사철 입었고, 머리도 몇 달에 한 번씩 전기바리깡으로 스스로 깎는 조금 괴짜스러운 녀석이 있었다. 키가 180을 넘겼으니 내 시각에서는 큰 편이었고, 또 적당히 마른 체격이라 이러한 차림이 굉장히 잘 어울렸는데, 거기에 신발은 늘 클락스의 ‘디저트 트렉‘ 스웨이드 부츠였다. 그런 차림이 잘 어울리는 친구가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특히나 신발이 마음에 들어서, 흉내라도 내볼까 몇 번이고 저 신발을 가게에 가서 신어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내 발에는 클락스의 신발이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았고, 특히나 가운데에 봉제선이 들어간 신발은 나와는 뭔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봉제선도 없고 좀더 미끈하게 생긴 디저트 부츠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는데, 그해부터 다른 상표에서도 유행을 시키려고 했는지 꽤 여러 종류의 디저트 부츠를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제이크루에서 나온 것들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일단 지나치게 뾰족하거나 굽이 높지 않아서 두루두루, 여러 옷에 맞춰서 신을 수 있고 길지 않고 넓은 내 발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자질구레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발목까지 올라오는 정도나, 끈을 넣는 구멍이 쇠로 마감되지 않은 뭐 그러한 점들도 마음에 들기는 했다. 게다가 다른 상표의 디저트 부츠보다 30% 정도 비싸긴 해도, 가죽이나 마무리가 굉장히 깔끔하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는 없었다(믿거나 말거나, 이탈리아에서 만들었단다…).

정확하게 그런 규칙이 있는지 없는지는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스웨이드는 정장과는 어울리지 않고 또 이런 부츠는 안 신는 것이 맞다고 알고 있으므로 격식을 아주 차리는 옷차림에는 함께 할 수 없지만, 남자들이 기본적으로 입는 청바지나 면바지 종류에는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원래 부드러운 재질에다가 안감을 대지 않고 만들어서, 신발에 각이 잡혀있지 않아 금방 길이 들고 편안하지만, 그만큼 신발을 신는다는, 아니면 발을 보호한다는 느낌은 떨어지고 그저 두꺼운 양말을 한 겹 더 신은 느낌이다. 게다가 가죽이 부드럽지 않고 끈구멍을 쇠로 마감하지 않아서 그런지, 신고 걷다 보면 끈도 저절로 조금씩 느슨해진다. 밑창은 굉장히 물렁물렁한데, 그 느낌만큼 빨리 닳지는 않아도 신고 오래 걸을 수 있을만큼 편안한 느낌은 아니다. 사실 마사이족 걷기 신발 말고는 신고 오래 걷기에 편안한 신발은 없는 것 같지만…

옛날에 썼던 글에서도 했던 얘기 같은데, 방수 스프레이를 종종 뿌려주면 어느 정도의 물기로 부터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비나 눈이 많이 올 때 신고 나가면 얼룩이 생기므로 안 신는 게 낫다고들 하지만, 신발이 신으라고 있는거지 모셔두라고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신고 다닌다. 얼룩이 생기거나 가죽이 부들부들해지면 또 그 나름대로의 느낌도 나쁘지 않다. 맨 오른쪽의 옅은 색 한 쌍은 2년도 더 전에 산 것인데 왼쪽 끈이 끊어진 것을 빼고는 아직도 멀쩡하다. 가죽이 해져서 못 신게 될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다.

 by bluexmas | 2009/10/25 15:51 | Style | 트랙백 | 덧글(14)

 Commented by 푸켓몬스터 at 2009/10/25 20:51 

제가 즐겨신는 신발과는 상반되는군요

저는 보드를 탄 뒤로는 보드화에 확 끌리더군요

두껍고 탄탄해서 잘 헤지지도 않는게 딱이라서요

다만 군시절부터 지금까지 집에 갈때마다 한개씩 사라지는건 미스테리…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1

보드탈때 신는 신발을 평상시에도 신는 건가요? 그게 가능한지 몰랐어요@_@

 Commented by Gony at 2009/10/25 21:12 

문제는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다는 것. 금강에서는 뭐하는 지 몰라요 클락스 왈라비만 수입하고 데저트부츠는 진짜 찔끔 수입한다는..

 Commented by hy at 2009/10/25 22:28

쉽게 구할수 없는건 아닙니다만.

당장 매장만 가보아도 항상 있거든요. 클락스의 대표적인 모델중 하나인걸요.

그리고 ‘찔끔’수입의 문제는 역시 팔리느냐 안팔리느냐의 문제인거여서..

 Commented by young at 2009/10/25 23:27

10월초에 상설에 상품권해서 7쯤에 팔았던거 저는 다른 구매가 있어서 못샀는데

포인트는 상설로 습습후후 넘어오니 더 안들여오는 악순환이 아쉬운것이지요 흑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2

솔직히 클락스가 오리지날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에게는 너무 앞뒤로 긴 느낌이어서 별로더라구요.

 Commented by xmaskid at 2009/10/25 21:55 

디저트로 부츠를? 하고 들어와 보니 데저트 부츠 말씀이시군요! 정말 사막을 걸을때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지만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2

뭐 사막에 갈 일이 있을라구요.

 Commented by 잠자는코알라 at 2009/10/25 22:02 

맨 왼쪽 색깔 너무 예뻐요. ㅠㅠ

끈 넣는 구멍이 쇠로 마감되지 않은거.. 정말 좋은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2

그런데 끈이 조금씩 풀어지더라구요. 그게 좀 흠이에요. 나중에는 헐렁헐렁…-_-;;;

 Commented at 2009/10/26 08: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4

그런가요?

 Commented by 홈요리튜나 at 2009/10/26 15:37 

너무 예뻐요 무엇보다 발이 편할 것 같은 디자인에

별다른 기교없이 심플한데 멋스럽구^^

전 허둥지둥 빨리 나가느라 뭘 신는지도 모르고 발만 쑥 집어넣는데 저건 시간들여 신어야 하니 소중하게 신게 될 것 같아요

오늘 운동화 신고 나갔는데 뒷목 부분에 뾰족한게 튀어나와서 오랜 시간 불편함을 감수하며 걸어야 했어요..덕분에 편안한 디자인이라는 게 너무 매력적으로 와닿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10/26 23:13

그냥 신발이 여러켤레 있어도 신는 것만 신게 되는 것 같아요. 저 신발도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그냥 보도를 걷기에는 밑창이 물러서 그런지 불편하더라구요. 저것도 막 양말처럼 구겨 신고다니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