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벽이 그립다
물리적으로든, 아니면 감정적으로든 벽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있어야 할 곳에는 있어야 한다, 벽이. 물리적이든, 아니면 감정적이든. 이왕 벽이 있어야 한다면 나는 말이 없는 벽이 좋다.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벽은 말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벽이니까.
그러나 우리의 벽들은 말이 너무 많다. 웃기는 건, 그 모든 말들은 벽이 하는 게 아니다. 말 없는 벽을 참지 못하는 건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렁주렁, 말을 벽에 달아놓았다. 아무 말이나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다들 고심해서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말들을 달아놓으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너무 말이 많으면 아니함만도 못한 법, 이런 종류의 말들이 차고 또 넘치니 결국은 아무 말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그걸 또 말을 달아 놓은 사람들은 말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착각하고 더 많은 말들을 달아 놓는다. 그 모든 말들을 주렁주렁 얼굴에 달고도, 벽은 그냥 말이 없다. 벽은 그냥 말이 없어야 벽일 것 같은데, 그냥 좀 내버려두면 안되나. 말 없는 벽이 그립다. 말을 하는 게 벽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 그렇다.
# by bluexmas | 2009/09/19 23:27 | Architecture | 트랙백 | 덧글(6)
비공개 덧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