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웠던 만두, 연남동 홍복
하루 종일 먹으며 돌아다녔던 지난 수요일, 저녁은 간단하게 먹고 싶어 연남동 홍복으로 만두를 찾아갔다. 시켰던 건 대표만두라고 할 수 있는 왕만두와 삼치물만두. 그렇게 크지도 않은 가게에 손님도 별로 없었는데다가 그 사람들이 시킨 음식이라고 해야 알아서 구워먹는 양꼬치 뿐이었는데도 만두가 나올 때까지 거의 20분이 걸려서, 중간에 짜증을 내야만 했다. 얘기를 못해서 죄송한데, 만두가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보니 그 정도 크기의 만두라면 찌는데 시간이 걸릴법도 했다. 진작에 얘기를 해줬다면 좋았을 것을.
어쨌든 아사 직전에 이르렀을 때 나왔던 왕만두. 지금까지 먹었던 만두들 가운데 건더기가 가장 크게 썰려 들어있었다. 재료들, 특히 버섯과 고기는 상태도 괜찮아서 씹는 맛이 제법 있었다. 이런 종류의 만두답게 후추향이 두드러졌지만 지나친 편은 아니었는데, 소금간이 부족해 약간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이런 종류의, 발효되어 두꺼운 껍데기를 가진 만두를 먹으면 때로 반죽의 안쪽, 그러니까 만두속과 닿는 부분이 질척거려 만두를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곤 하던데 홍복의 왕만두도 역시 그랬다. 아무래도 물기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속을 넣어서 두면 이렇게 되나? 잘 모르겠다.
맛의 성격으로 보았을 때에는 삼치물만두를 먼저 먹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나왔다.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물만두보다는 물기가 조금 적고, 피가 두꺼워서 조금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속 역시, 삼치살만을 뭉쳐서 만들었다는데 부드럽기 보다는 조금 단단한 느낌. 그러나 삼치의 풍미가 딱 기분 좋을만큼만 풍기면서 맛있었다. 왕만두가 좀 싱거웠던 반면 삼치물만두는 간이 맞았다. 이렇게 만두가 물만두치고 물기가 적고 피가 두꺼운 이유가 속이 삼치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집의 경향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맛이 있는 가운데 피가 조금 더 얇고 부드러웠다면 더 맛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그러나 내가 헤아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기는 했다). 보통 물만두는 마지막에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려 마무리하기 마련인데, 삼치의 섬세한 맛을 생각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날 만두가 그랬던 것처럼. 궁금해서 나올 때 물어보니 두부나 다른 재료는 쓰지 않고, 삼치살만을 발라내서 야채나 양념을 섞어 속을 만든다고 했다. 기억하기로 삼치살이 그렇게 기름기가 많거나 단단하지 않을텐데, 뭉치면 이 정도의 속이 된다니(속 사진 및 젓가락으로 집어 올린 사진 등등은 안 올리는 게 나의 원칙인데, 삼치물만두는 좀 신기해서 올려본다)… 속의 식감은 사실 생선살보다 어묵의 식감(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베트남 쌀국수에 추가로 시키는 고기경단 같은?)이어서 물어본 것인데 뭐 별 다른 비밀은 없다니.
어쨌든 삼치물만두가 맛있어서, 그걸 먹기 위해서라도 다시 찾아와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 by bluexmas | 2009/09/19 10:04 | Taste | 트랙백 | 덧글(8)
참 오구반점 갔다왔어요ㅎ 군만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