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낮술(9)-문어 비엔나와 마지막 한정판 맥스
굳이 집안 분위기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엔나 소시지를 먹을 기회는 어릴 적에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른 소시지보다 고급이라서 그런가… 하여간 이런 종류의 가공육은 거의 먹지 않는데, 그렇게 비엔나를 잘 못 먹던 어린 시절 아버지의 동창 모임인가를 위해 어딘가로 떠났던 기차여행의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먹었던 비엔나가 생각나서 한 봉지 사봤다. 뭐 술은 당연히 맥주가 잘 어울릴테니, 마지막 남은 한정판 맥스를 마시기로 했다. 정말 한정이었는지, 소리소문 없이 깔렸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더라. 여름용인데 조금 더 일찍, 그러니까 4-5월 쯤에 나왔어도 좋았을 것을…
소시지야 뭐 복잡한 조리법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니, 한쪽 끝을 네 갈래로 갈라서 팬에 튀기듯 볶았다. 열을 받으면 벌어지는 게 꼭 문어를 닮았다고나 할까… 소시지에는 또 감자가 잘 어울리니까, 소금을 짭짤하게 넣은 물에 감자를 삶아서, 마요네즈와 머스터드를 섞고 레몬즙을 살짝 더해 버무려 샐러드를 만들었다. 껍질을 벗길까 말까 좀 망설였는데, 벗기니까 맛이 좀 밋밋했다. 파를 송송 썰어 넣어서 심심할 것 같은 감자의 식감에 아삭거림을 살짝 더했다. 풀도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양배추를 채쳐서 넉넉히 까는 것으로 안주=점심 완성.
여기에 오랜만에 끓인 어묵국을 곁들였다. 삼호어묵인가 그랬는데 생각보다 별 맛이 없어서 살짝 실망. 잘 끓일 수 있는 국을 세 손가락으로 꼽으라면 그 가운데 하나일텐데, 어묵 맛이 별로…
어쨌든, 이번 토요일의 낮술 먹는 과정은 여느 때보다 굉장히 검소하고 간단했다>_<;;;
# by bluexmas | 2009/09/08 11:48 | Taste | 트랙백 | 덧글(15)
그나저나 마지막 저놈은 어째 카리비안의 해적에 등장하는 그 문어 선장 같은 포스가 느껴집니다.
말씀 듣고 보니 정말 저 녀석은 그런 포스가 풍기네요 -_-;;;
요즘의 비엔나는 너무 고기함량이 적어져서 맛이 없음…
어렸을때는 미스진이 쵝오였죠. 켄터키프랑크랑. 쫀쫀해요 빠방 ㅎㅎㅎ
미스진 요즘에는 나오지 않나요? 켄터키 프랑크에 칼집 넣어서 구우면 최고였는데… 광고도 기억하시는군요 @_@
어묵도 맛있지만 전 그 안의 무랑 다시마가 더 좋더라구요 어묵육즙을 옴팡 담은 부드러운 그 맛: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