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 아이스크림과 ‘식감의 해체’

제대로 된 레시피와 비싼 녹차가루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면서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역시 녹차 아이스크림의 녹색은 100% 녹차로부터 나오지 않을거라는 점이다. 이건 뭐랄까, 거의 불가능의 수준이다. 정해진 비율을 딱 맞춰서 마차가루를 넣어도 녹차가루 그대로의 녹색이 나오지 않으니까. 생각해보면 나올 수 없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게다가 녹차의 그 쌉쌀한 맛 역시 생각보다 그렇게 진하게 나지 않으니, 대체 시중에서 파는 녹차 아이스크림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배스킨 라빈스의 녹차 아이스크림은 논의에서 제외… 걔는 색만 녹차를 닮았을 뿐, 맛은 녹차밭 근처 흙만도 못했다)?

어쨌든, 입닥치고 레시피. 만드는 방법은 최근에 올렸던 아이스크림 레시피와 같으므로 재료만 올려야 되겠다. 녹차 가루는 마지막에 섞는 크림에 미리 섞어두면 된다.

재료

우유 1 컵(250ml)

설탕 3/4 컵(150g)

소금 약간

크림 두 컵 (500ml)

마차가루 4 작은술

계란 노른자 여섯 개

누구나 아는 것처럼 녹차와 팥은 정말 궁합이 잘 맞는데, 이를 위해 팥을 조리다가 심심해서 장난을 치게 되었다. 사진으로만 본 모 식당의 음식을 흉내내서 일종의 해체된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이나 팥 모두 식감이 부드러운 편이니까,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흔희 ‘셈베’ 라는 일본식 과자를 갈아 아이스크림 밑에 깔고, 그 팥과 아이스크림의 중간 정도 식감에 언젠가 연습삼아 구웠다가 찌그러져서 냉동실에 쑤셔 박아 두었던 녹차 쉬폰 케잌을 다시 바삭거리게 구워서 늘어놓았다. 이름도 장난 삼아 ‘식감의 해체’ 라고… 물론 장난 삼아 만들기는 했지만 이것보다 더 잘 만들었어야 하는데, 팥은 너무 물기가 없게 조려졌고 전체적인 색의 조화가 안 맞아 약간 실패였다. 물론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만.

물론 나의 취향에는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쌓아 놓고 먹는 게 어울리는 듯.

 by bluexmas | 2009/09/06 09:57 | Taste | 트랙백 | 덧글(15)

 Commented by 레일리엔 at 2009/09/06 10:01 

헤에- 집에서 만들어 드시는군요.

근데 녹차아이스크림 파는건 식용색소나 그런거 넣을텐데요..

녹차의 그 맛도 액기스같은거라고 들었는데.

 Commented by PIAAA at 2009/09/06 11:15

그 레진 같은 거 말씀하시는 것같네요. 🙂 녹차 레진-_-

혹은 정말 양질의 녹차가루? 100그램에 18000원 가량 하는 녹차는 색도 예쁘답니다.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6 11:21

네, 아이스크림 안 사 먹은지는 오래 됐지요… 뭔가 넣는다는 얘기는 들은 것도 같은데, 성분표시는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잘 모르겠더라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6 11:22

제가 쓰는 녹차 가루는 28그램에 무려 만 이천원인데, 그래도 섞으면 색이 진하지 않더라구요. 당연한게, 물감도 녹색에 흰색 섞으면 연두색이 되니까요…-_-;;;

 Commented by 유우롱 at 2009/09/06 10:34 

우와 세팅 멋지네요ㅎㅎ

팥과 녹차아이스크림은 정말 잘 어울리는 듯 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6 11:22

팥과 녹차 아이스크림은 최고의 궁합이죠. 같이 들어있는 것들도 팔잖아요.

세팅은 뭐 그저 장난이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9/06 11:13 

참고로 녹차와 우유도 궁합이 잘 맞는 편이죠. 설탕류도 곁들이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6 11:23

그래도 녹차 라테류가 인기 많은게 아닐까요? 전 녹차라면 국수도 좋아하고 이래저래 다 잘 먹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9/06 15:36 

아이스크림에 씹는 맛까지 더해진다면 황송할 따름이죠ㅜㅜㅜㅜㅜ

전 이 색이 훨씬 매혹적인데요 색 너무 곱고 이뻐요 옥빛…..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7 00:45

그러세요? 저도 색은 좋아하는데 그냥 파는 것처럼 아주 파란 녹색을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절대 안되네요…T_T

 Commented by Claire at 2009/09/06 23:04 

음.. 색깔 괜찮은걸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7 00:46

최근에 보령에서 드셨다는 그 녹차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어 보이던걸요 뭐~ 녹차 완전 사랑해요^^;;;

 Commented by zizi at 2009/09/07 14:51 

(아이스크림은 안해봐서 모르지만) 녹차생크림을 만들 때 보니까 예쁘게 맞춰서 놓아도 색이 변하더라구요. 그게 다른 성분과 만나서 그런 건지, 공기접촉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9/08 01:56

일단 다른 재료랑 섞이면 색이 달라지겠죠. 공기접촉 때문에도 그럴 수 있겠네요. 한 번쯤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Commented by jimmyg at 2010/02/26 13:34 

‘크로렐라’가루, 해초류인데

제빵학원에서는 녹차빵의 색을 내기위해서 넣는다고 배웠습니다

아마 녹차만으로는 진한녹색이 안나와서 이걸쓰나 봅니다

그때 배울때에는 “크로렐라아주 조금만 넣어라 익고나면 색상이 매우 진해져서 오히려 식감을 떨어뜨린다”라고 배웠습니다

참고하시어서 요리에 발전있길 바랍니다.

2 Responses

  1. Real_Blue says:

    몇년전 포스팅을 돌고 돌다 보게 되었는데 뒤늦게 그냥 심심해서 댓글 남겨 봅니다.

    지난 8년간 수천키로 이상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1. 저도 그렇거니와 일본에서의 녹차 소프트, 녹차 젤라또는 기본적으로 다른 물질(클로렐라) 없이

    그정도의 색상을 충분히 만들어 냅니다. 단지 문제는 아이스크림이 된 이후에도 색상이 변한다는 문제지요.

    2. 아시겠지만 일본식 증제차나 제주도식 증제차 문화에서 센차(전차)와 교쿠로(옥로)는 재배시 차양막의

    유무가 가장큰 차이점 입니다. 마차(말차) 역시 교쿠로와 마찬가지로 차양재배를 하기 때문에 진하고

    밝은 연두색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보성 녹차는 증제차가 아닌 덖음차로 가루차를 만든다고 해도 그렇게 진한 녹차색을 낼 수 없습니다.

    맛으로나 색상으로나 녹차 아이스크림에는 부적합한 재료로 생각됩니다. 보성 녹차는 그냥 우려 먹는게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4. 또 다른 중요한점은 절대 빛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평생 직사광선 없는 곳에서 살았던 차잎

    이기 때문에 빛을 보는 순간 진노란 빛의 색이 더해지게 됩니다. 보통 일본의 말차 거래상들은 아주 큰

    스테인레스 밀폐용기나 동재질 밀폐용기를 사용해서 유통하고 소비자가 구매 할때는 금속캔이나

    금속코팅이 되어 있는 빛 투과성 없는 봉투를 사용합니다.

    5. 아이스크림을 만들때도 밝은 낮 보다는 저녁 시간에 적당한 조도에서 만드는것이 좋습니다.

    마차(말차)는 형광드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6. 용기 역시 빛이 통하지 않는 스테인레스 용기가 좋고 불가피 하다면 불투명한 재질을 사용합니다.

    7. 냉동고 역시 조명이 없는 냉동고에 보관합니다. 저희 같은 경우 가정용 냉동고도 사용하는데

    이런경우 내부에 조명에 지속적으로 노출 되면서 (물론 닫으면 꺼지지만요) 색상을 변화 시킵니다.

    8. 빨리드시는게 좋습니다. 아이스크림의 이쁜 색상은 결국 금방 변해 버립니다. 하겐다즈 녹차맛도

    형광등 밑에 녹은채로 두면 색상이 변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괜히 잠이 안와서 써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bluexmas says:

      아이고, 흑역사에 가까운 옛 글에 이렇게 많이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녹차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