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라고는 없는 ‘퓨어’-저지방 요거트 유감

사진에 찍힌 요거트의 유효기간은 6월 19일까지였다. 오늘이 7월 30일이니까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나? 막말로 우유를 썩힌게 요거트라지만, 그 썩은 우유가 또 썩은 건 아마도 먹을 수 없을 것이다.

유제품 냉장고의 많고 많은 요거트 가운데 굳이 저걸 고른 이유는, 김연아 때문도 네 개를 사면 덤으로 두 개를 더 주는 행사 때문도 아닌, 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다는 광고 때문이었다. 저거 자체를 먹으려했다기 보다는, 집에서 요거트를 만들때 유산균의 공급원으로 쓰려고 했던 것인데 하나 뜯어 맛을 보니 첨가물이 안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나게 달았다. 포장을 보니 저 작은 요거트 한 통에 들은 설탕이 무려 11그램… 원래 요거트가 가진, 그 시면서도 고소한 맛은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나머지는 저렇게 유효기간이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날 때 까지 냉장고의 문짝 칸에서 자빠져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요거트에 대해 아쉬운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일단 지방을 너무 많이 뺐기 때문에 떨어지는 맛을 보충하려고 요거트 향을 첨가하거나, 저렇게 너무 많은 양의 설탕을 넣는다. 알려진 것처럼, 지방은 음식에서 맛 또는 풍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방을 많이 뺀 우유일 수록 우유 특유의 고소함이 사라지고 밍밍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그 우유를 원료로 한 요거트 역시 마찬가지로 맛이 점점 옅어진다. 그걸 상쇄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설탕이나 각종 첨가물을 넣는 것. 이건 뭐 요거트 뿐만 아니라, 저지방 식품이라면 모두 비슷하겠지만 요거트에 설탕을 많이 넣는 경향은 좀 심한 편이다. 유산균의 혜택을 입는 것과 설탕의 과다섭취 가운데 어느 것이 우위를 차지하는지 생각해야 할 정도니까.

또 다른 하나는, 지방을 지나치게 걷어 냄으로써 떨어지는 점성이나 식감을 보완하기 위해 젤라틴 류의 첨가물을 넣는 것. 아무래도 지방이라는 것이 점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 지방을 유제품으로 부터 걷어내면 당장 식감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무지방 제품인 경우에는 제품의 식감을 위해 뭉쳐야 할 것들이 뭉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저지방이나 무지방 요거트나 사워크림 같은 경우에는 잔탄 검이나 카라지난, 그리고 젤라틴 같은 젤화를 위한 첨가물을 넣게 된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요거트 맛 젤리가 되는 상황.  마트의 냉장고에서 뒤져보니, 이런 첨가물을 안 넣은 요거트를 찾아 볼 수 없었는데, 카라지난 같은 것이야 해초에서 뽑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돼지 껍데기에서 뽑았다는 젤라틴이 요거트에 들었다면 혹시라도 고기는 안 먹지만 유제품은 먹는 사람들에게는 내키지 않는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부지불식간에 그냥 먹게 되거나.

잼에 대한 글에서도 했던 얘기지만, 사람들이 설탕이나 지방에 민감하니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는데, 그 포장을 뒤집어 내용물을 확인하면 작은 글씨에 비밀(?)이 많이 숨어 있다. 모든 제품이 다 100% 자연을 따라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향이 유감이라고 느끼는 건 아예 선택 자체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들쩍지근한 요거트를 먹기 싫다고 해도, 집에서 만들어 먹지 않는 한 그런 맛의 요거트는 찾기가 너무 힘든 것이 현실… 어떤 사람들은 단맛으로 요거트를 식후 디저트처럼 먹기 위해 사는지 모르겠지만, 꼭 그것이 요거트를 먹는 목적만은 아님에도, 막상 마트에 가면 그 큰 냉장고에 넘쳐나는 제품 가운데에서도 어느 것 하나도 고를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이 현실.

 by bluexmas | 2009/07/31 16:32 | Taste | 트랙백 | 덧글(33)

 Commented by 타랴 at 2009/07/31 17:49 

그래도 얼려 먹으면 먹을만 하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얼려보세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38

얼려 먹으면 그냥 레드 망고 얼린 요거트가 되겠네요. 거기 요거트도 설탕을 많이 넣어서 뒷맛이 이상해요-_-;;;
 Commented by 운향목 at 2009/07/31 20:10 

그 이전에, ‘저지방’이 왜 몸에 좋다고 된것인지 정말 광고나 홍보의 사기술은 대단한것 같습니다..ㅠㅠ

오히려 탄수화물이 더 살찌기 쉬운데 말입니다.

저지방 한답시고 탄수화물(설탕을 포함한)들을 듬뿍 듬뿍 넣어두면, 살이 빠지기는 커녕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찔텐데 말입니다.

설탕 듬뿍 들어있는 요거트를 먹느니, 차라리 삼겹살로 다이어트 하는게 빠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달리는 바위 at 2009/07/31 22:52

‘저지방’이 강조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램당 칼로리가 더 높고, 지방의 경우 탄수화물과는 달리 섭취 후 바로 지방의 형태로 축적되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저지방이라는 광고에 속아서 대량의 탄수화물을 부어넣게 된다면 결과적으론 그게 그거겠습니다만은……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4

더 웃기는 건 우리나라 식생활에는 저지방 논쟁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점점 서구화되는 식단 때문에 나라가 망해간다고 하면 농담처럼 들리겠죠?

저 역시 삼겹살을 먹겠습니다. 저 요거트 정말 너무 맛 없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5

그러나 저기에서 지방을 좀 덜 먹는다고 식생활이 나아지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겠죠.
 Commented by 제이 at 2009/07/31 20:30 

유기농우유로 만든 플레인요구르트는 괜찮아요. ^^;;;농도가 옅어서 그냥 마시기도 좋고 감귤,호박,딸기넣은건 조금 점성이 있어서 떠먹는데 맛있는 편이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8

유기농 우유로 만든 건 정말 뭐든지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더라구요. 우유 한 병에 팔 천원이던가… 아 너무 비싸요 정말.
 Commented by 제이 at 2009/08/02 10:58

생협 or 자연드림에선 5000원정도면 살수있어요. ㅠㅠ 아아…비싼유기농 ㅠㅠ
 Commented by 펠로우 at 2009/07/31 20:50 

아무래도 국내 수퍼에서 순수한 스타일 요구르트는 찾기 어렵죠..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 [젤렌]에선 순수 불가리아 요구르트를 4천원 정도에 팔더군요. Take Away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8

곧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고 해요. 되는대로 균을 찾아서 만들어 봐야죠. 사실 요거트의 맛이라는 게 그 시큼한 맛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그런 맛을 찾아볼 수가 없죠.
 Commented by Ruth at 2009/07/31 21:40 

퓨어 말고 예전에 나왔던 바이오거트 플레인요거트는 정말 하나도 안 달더라구요~

성분은 확인 안했지만 맛으로 봐선 암것도 안 넣은듯~ 칼로리도 딴거보다 꽤 낮았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9

그거 알아요-

요거트 향이 들어있더라구요. 옛날 기억에 T_T

(저, 너무 까다로운 건가요?-_-;;;)

 Commented by 점장님 at 2009/07/31 21:45 

블루님은 떳다 하면 테마 인기글이네요! @.@

자 어서 유산균 종균 배양 실험 후 결과를 공유해 보아요 ㅋㅋ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49

앗 그렇지 않아요 전 마이너 블로거 T_T

종균 배양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데 찾아서 한 번 공부해보겠슴다-_-;;;

 Commented by xmaskid at 2009/07/31 23:45 

저도 요즘 스무디를 만드느라 플레인 요거트 큰통을 사는데, 뚜껑에 잘 보니 Non-Fat 이라고 써있더라구요. 근데, 잠깐. 팻이 없으면 이렇게 몽글몽글할리가 없잖아? 뭐 저야 젤라틴도 훌룡한 식재료라고 생각하기때문에 상관없긴 하지만요^^ (젤라틴이 없으면 젤로도, 타피오카푸딩도 만들수가 없잖아요. 양갱이라든가 이런것도!)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1

그렇죠, 지방이 없으면 그렇게 몽글몽글하기는 어렵죠…

저 역시 젤라틴 엄청 좋아하거든요. 집에 봉지에 들은 거 한 상자 있어요. 젤리나 뭐 이런 거 만들게…

그래도 무지방 보다는 저지방 요거트의 맛이 훨씬 더 나을거에요. 지방이 약간 들기는 했지만. 그리고 양갱은 한천으로 만들죠. 요즘은 한천이 젤라틴의 대체재료로 채식하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요.

 Commented by worldizen at 2009/08/01 05:09 

안타깝네요. 포장용기는 제가 본 요거트중에서 가장 이쁘네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2

가장 안타까운 건, 아무 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먹는 게 다 그러니까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요거트가 있던데… 이름에 saint(st)가 들어가던가요? 사기 그릇 같은데 담겨서 파는 걸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나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01 13:55 

플레인 요구르트를 팔기는 파는가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몇해전 몇차례 실패한 후로 포기했습니다. 종균 나누어주신 분한테만 미안했지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2

플레인 요거트 없죠… 저는 제조기가 있는데, 이게 별건 아니고 그릇을 전기 찜질 팩 같은 걸로 싸서 온도만 맞춰 주시면 될 거에요.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02 02:03

쿠알라룸푸르의 인도 거리를 걷다가 깜짝 놀랐던 것이, 어떤 특정한 곳에는 플레인 요구르트를 가게들 앞에 수십박스씩 키높이만큼 쌓아놓고 팔더군요. 그만큼 요리에 많이 쓴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안 팔까요. 위에 올리신 사진의 요구르트가 플레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3 23:51

인도에서는 요거트를 이용한 소스가 굉장히 많더라구요. 저는 인도애들이랑 같이 일을 해서 그런 음식을 많이 접해봤는데, 취향이 아니라 솔직히 먹지는 않았습니다. 저 사진의 요거트가 플레인은 맞는데 설탕을 많이 넣어서 그 플레인 고유의 맛을 완전히 죽인 것이죠.
 Commented by 백면서생 at 2009/08/04 01:45

저는 인도 중남부 출신 교수님과 친해서 자주 얻어먹었고 말레이시아에서도 인도인과 있었다보니 상대적으로 많이 먹어본 격인데, 매운 향신료와 소스를 주로 사용하더군요. 물론 뭐가 뭔지는 말해주었어도 모릅니다 -.-;;; 아, 바나나잎에 엎어 주는 식사에 수십가지 소스를 들고와서 고르라 하는데, 요거트 소스가 몇 가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역시 플레인 자체의 맛은 맛보지 못한 셈이로군요.
 Commented by 조신한튜나 at 2009/08/01 15:32 

맛이 없는 건 아무리 웰빙을 강조해도 사가질 않으니까요 흑흑..포장은 정말 혹하게 생겼네요.

크흐~세상이 홈메이드로 해먹길 권하고 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3

이러다가 소 키워서 우유 짜 먹는 세상이 올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아요 T_T

포장은 정말 너무 혹하게 생겼죠?

 Commented at 2009/08/01 18: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3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그저 민망할 따름이죠 T_T

자주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

 Commented at 2009/08/01 21: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1 23:54

티벳버섯을 사용한 발효유라니, 그건 뭔지 찾아봐야겠네요. 분위기는 신비의 명약, 뭐 그런 느낌이 나는데요? 🙂 덴마크 요거트는 저도 시도 해 보려구요. 요거트 향 들어간 거면 짤없이 맛이 그냥…
 Commented by midaripark at 2009/08/06 22:08 

bgm –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情) ㅋㅋ

그런거야 지방대신 설탕 설탕대신엔 구연산 –

트랜스 지방대신 포화지방- 조미료 없다는 음식에는 신종뭐시깽이 화학약품-♬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까다로운 사람들이 늘어가고 까다로운 지적들이 늘어가고 있으니 나아지겠지… 풀무원은 7월부터 나오는 두부에 소포제랑 유화제를 안쓴대더라구.

 Commented by bluexmas at 2009/08/09 01:12

흐흐, 역시 누나는 저 제목이 어디에서 온지 아시는 듯…

풀무원 두부는 괜찮은데, 그 바로 옆에서 파는 종갓집이었나? 거기 두부 질감 참 깨던데요? 유화제 느낌이 물씬… 절대 안 사죠.

어제 마트에 가니까 세상에 파스퇴르 우유 한 통에 그만한 토마토 쥬스 한 통을 붙여서 팔던데, 구연산에 젤라틴에… 파스퇴르도 우유 말고는 다 저러나 싶어서 좀 안타깝던데요.

 Commented by 5124 at 2009/08/20 20:33 

전 플레인요거트를 좋아해서 그냥 사먹다가 비싸기도 해서 1.5L우유랑 불가리스 하나 사서 둘이 섞어서 뜨뜻한 곳에 놔두니 요거트가 되더군요.. 그 맛에 익숙해져 있다가 저 퓨어 요거트를 선전하길래 사먹었는데…………꼭 요거트에 물탄것 같기도 하고… 물론 제가 만드는 요거트에 들어가는 불가리스에도 설탕이라던가 많이 들었겠지만, CF에서 김연아를 내세워 순수~퓨어~를 어필하는 게 마음에 안들었달까요–; 정말 순수하고 이게 요거트의 정석이다! 라는걸 먹어보고 싶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