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토마토와 검정 올리브 스파게티, 마늘 토스트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말린 토마토가 있다. 맛을 보니 썩지는 않은 것 같아서, 억지로 파스타를 만들었다. 처음 계획은 마늘과 올리브를 올리브 기름에 대강 볶아서 스파게티를 섞는 것이었기 때문에 말린 토마토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었다. 뭐 어떤 조합으로든지 파스타는 만들 수 있지만.
사실 파스타를 만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냉장고에 들어있는 그 금쪽같은 파마산 치즈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피를 쏟지 이 귀한 치즈를… 그래서 눈 질끈 감고 아주 듬뿍 갈아 넣었는데, 그래도 좀 모자른 듯한 느낌이었다. 마늘을 볶을 때 기름을 뜨겁게 달구면 마늘이 타거나 완전히 구워지는데, 성질이 급해서 다른 재료를 준비하느라 팬을 너무 뜨겁게 달구고 말았다. 토마토가 너무 오래 되어서 색이 까매진터라, 눈으로 보기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파스타는 아니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어째 실패작 같지만, 그래도 먹을만은 했다.
롯데 본점과 호텔이 연결되는 지하문을 나서면 바로 델리카 한스라는, 빵집 겸 카페가 있는데 뭔가 살 빵이 없나 들어가봤다가 다른 빵들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 ‘하드 식빵’ 을 사와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그래서 썰어서 먹기 보다는 통째로 속부터 뜯어 먹기 좋은 식빵이다. 보통 식빵 크기의 한 덩어리가 삼 천원이었는데, 같은 크기의 다른 식빵이 여느 호텔 빵집의 그것들처럼 오육천원대였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저렴했다. 그러나 맛은 저렴하지 않았다. 삼분의 이를 먹을 때까지 그냥 썰어서 잼이며 땅콩버터를 발라 먹다가 남은 덩어리를 토스터에 구웠다.
마늘맛이 나는 토스트를 만들 때에는 생마늘보다는 마늘가루를 쓰는 편이 훨씬 낫다. 수분이 많은 생마늘을 버터에 섞으면 굽는 과정에서 탈 수도 있고, 또 생마늘을 씹는 느낌이 빵의 식감과는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마늘 특유의 매운 맛이 전체적으로 어울리지 않기도 하다. 물론 만드는 것도 마늘가루를 썼을 때에 훨씬 쉽다. 버터를 상온에서 부드럽게 만든 뒤, 무염버터일 경우 소금과 마늘가루, 그리고 취향에 맞는 말린 허브를 조금 섞으면 된다. 빵을 토스터에서 적당히, 그렇지만 아주 바삭거리지는 않을 정도까지 구운 뒤, 이렇게 만든 마늘맛 버터를 위에 잘 펴바르고 윗 부분만 굽는 브로일 모드로 바꿔서 다시 살짝 구워주면 된다. 빵을 구우니 겉은 정말 바삭거리고, 그에 비해 너무 부드러워서 아귀가 잘 맞지 않는 느낌의 속도 적당히 바삭거려서, 왜 진작에 구워서 먹을 생각을 안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늘 저렴하게 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빵집의 입구에 들어서면 덩어리를 쌓아놓고 파는 걸 볼 수 있으니 다음에도 있으면 좀 사다가 이것보다 더 높은 마늘 토스트를 만들어 봐야겠다.
참고로, 술집 같은데에서 많이 나오는 ‘허니 버터 브레드’는 이 빵으로 만들기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일단 겉이 너무 질기고, 속은 또 그런 종류의 음식을 만들기에는 조금 덜 부드럽다. 아무래도 결이 쭉쭉 찢어지는 덩어리 식빵으로 만드는 게 더 잘 어울릴 듯.
파스타를 먹을 때 마다 어디에선가 들은, 이탈리아에 가면 파스타나 피자 집에 ‘피클 없음’ 이라고 우리말로 커다랗게 써 붙여 놓았다는 출처를 모를 농담이 생각나서, 파스타에 피클을 곁들이기가 무서워진다. 물론 피클이 없기도 하지만… 대신 브로컬리를 사다가 무쳤는데, 표준조리법을 따르자면 물을 끓여 소금을 많이 넣고 데친 뒤, 바로 얼음물에 넣어 식히는 게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브로컬리를 물에 두 번이나 풍덩 담궈 버리면 브로컬리 자체의 맛이 너무 옅어지는 것 같아 이번에는 전자렌지에 데쳤다. 그릇에 담아 소금을 적당히 뿌리고 랩에 씌워 5분 정도 돌린 뒤, 남은 열에 마저 익도록 놓아두었다가, 차게 식혀 손에 잡히는 레몬즙과 올리브 기름, 그리고 마늘 생강 등등으로 드레싱을 만들어 무쳤다. 전자렌지에 데쳤더니 아삭한 느낌은 살아서 좋았지만, 소금간이 너무 안 배서 전체적으로 싱거운 느낌이었다. 그 중간에서 뭔가 더 나은 방법이 없는걸까.
# by bluexmas | 2009/07/28 11:59 | Taste | 트랙백 | 덧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