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해 먹은 첫 저녁
바쁘지도 않으니 토요일엔 장을 보러 가지 않기로 했지만, 날씨는 춥고 흐려서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여건도 아니고 하니 운동 삼아 가지… 라고 생각하고 이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사가지고 왔다. 어머니랑 장보러 가는 것도 좋기는 한데 나는 다른 건 서둘러 해도 장보기는 웬만하면 천천히 즐기면서 하는 편인데 나 혼자 안 가면 그렇게 하기가 힘들어서… 토요일의 이마트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사람들이 많은 건 그렇다 쳐도 소리는 정말… 아이팟을 최고 음량으로 들으니 좀 나았다.
각설하고 음식 얘기나… 포토샵 따위가 없으므로 사진 밝기 조절을 못 해서 아쉽지만 어쨌거나.
와인클럽인지 뭔지 쿠폰을 얻고자 개인정보까지 팔아 반 값에 산 정체 불명의… ‘#발 너나 쳐드셈’ 맛 포도주. 정가는 떡허니 2만 6천원이라고 쓰여 있고 반 값에 샀는데, 그 반의 반 값이면 제 값이라는 생각이 든 놈. 언젠가 종을 불문하고 ‘맛 없는 포도주’ 라는게 있다고 쓴 적 있었는데, 이 놈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다. 앞으로는 그냥 소주 마시기로.
방울 토마토가 맛있으니 처음 만드는 음식은 무조건 방울 토마토 샐러드라고… 그 전 글에서 얘기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켜 방울 토마토 샐러드. 정말이지 미국에서 Heirloom 종류를 사도 신맛 다음에 단맛이 남는 토마토를 찾기가 힘든데, 돌아와서 먹은 모든 방울 토마토들의 단맛은 정말… 부모님이 튀지니에 가셨다가 올리브 기름을 얻어 오셔서는 바게트를 찍어서 드신다고 해서, 발사믹 식초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는 걸 알려드리고자 한 병을 샀었는데 무려 카라멜 색소가 든… 그러나 그것 밖에는 선택이 없었으니 그걸 가져다가 샐러드에 썼는데 역시 식초 자체의 맛이 좀 못마땅스러웠다. 보이는 빵쪼가리는 부모님이 어디에서 선물 받으셨다는 구다치즈를 녹힌 토스트. 빵은 단지 앞 뚜레주르에서 샀는데, 저게 유일하게 흰밀가루만이 아닌 뭔가가 섞인 빵이었다. 뚜레주르의 빵은 거의 먹어본 적이 없는데, 성분표를 보니 거의 모든 빵에 계란-공업용으로 깨부셔서 섞은 다음 탱크로 들여오는 뭐 그런 따위-을 넣은 것도 이해가 안 가고, 지방을 너무 많이 써서 빵에 기름기도 배어 나오고… 결론적으로 아무런 맛도 없었다. 흔히 말하는 ‘무맛’ 이라고 할 수 있는 뭐 그런 따위. 이 동네에는 파리 바게트가 없는데 서울에 갔을 때 시도해봐야 할 듯. 저 빵도 소위 잡곡빵 따위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은 미국산 흰 밀가루에 역시 수입한 정체 불명의 곡식 따위를 섞은 것. 그리고 그 곡식 따위에 아무런 맛도 없고. 장담하건데 원가는 제조비 포함해서 천원 정도? 판매가는 이천 오 백원. 참, 사진 뒤에 보이는 칼은 무려 천 구백원짜리 중국산인데 너무 잘 들어서 수술해도 될 것 같은…
그래, 나 고기 먹는데 어쩔꺼냐?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뭐 늘 먹던게 미국산 쇠고긴데 호주산이면 어떻겠어? 라는 생각에 시도를 해 봤다. 라임은 팔지도 않고 가격도 어이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레몬은 뭐 그럭저럭… 해서 레몬즙과 올리브 기름, 소금에 재워서 구워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늘 먹던 미국산-미국에 살았으니까 미국산 먹은거지만-보다 낫다는 느낌. 아무 것에도 재우지 않은 고기 자체의 맛은 어떨까 보려고 한 조각을 그냥 소금만 뿌려서 구워 먹어봤는데 역시 나쁘지 않았다. 고기 먹으니까! 라는 생각에 끓인 된장찌개, 어머니가 챙겨주신 정체를 알 수 없는 된장이었는데 맛이 좋았다.
술쳐먹고 어제 쓴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유화제와 증점제가 든 #발 투게더. 녹차맛 투게더라는게 있었는데 녹차가루 함량 무려 0.4%에 색소 함유… 기업윤리라는게 없어진거지, 녹차가루가 0.4% 라면. 유화제와 증점제가 들으셨는데도 잘 녹지도 부드럽지도 않으셔서 깜짝 놀랐다니까.
# by bluexmas | 2009/04/26 11:42 | Taste | 트랙백 | 덧글(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