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토요일 저녁

지난 몇 주 동안 반찬을 너무 안 해 먹었더니 주중엔 개밥을 먹고 사는 기분이 들어서, 반찬을 만드는 대신 토요일 저녁은 간단하게 때웠다.

얘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토마토 샐러드를 얹은 카나페. 요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토마토 샐러드 여러가지를 시도해봤는데, 이건 날도 춥고 해서 따뜻한 걸 만들어 보려는 생각에 중간불로 달군 팬에 올리브 기름과 샬럿, 마늘을 숨이 죽지 않을 정도로 볶은 다음 발사믹 식초를 더해 글레이즈 비슷한 걸 만든 다음 반으로 가른 방울 토마토를 뭉개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볶은 샐러드. 토마토를 볶는 동안 통밀 크래커에 체다 치즈를 얹어 토스트 오븐에 구워서 치즈를 녹히고, 그 위에 토마토를 얹었다. 언제나 마무리는 파마잔 치즈를 갈아서… 손이 별로 가지 않지만 맛은 괜찮았다고. 그냥 샐러드로 만들어서 바게트 같은 빵을 곁들이면 볶은 토마토에서 나온 즙과 올리브 기름에 빵을 찍어먹어도 맛있을 듯. 치즈는 아무 종류나 냉장고에 있는 걸 쓰면 될 것 같고.

이건 냉장고에 있었던 Rib Eye로 만든 스테이크. 얘들은 보통 스테이크거리의 절반 두께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구워도 그 스테이크 특유의 씹는 맛이 없었다. cumin과 중국 오향가루 등등을 섞은 compound butter를 시험삼아 만들어서 스테이크 위에 얹었으나 얇은 두께로 스테이크가 열을 오래 품고 있을 수 없어서 버터가 녹지 않는 비극이 발생했다. 감자는 450도 오븐에 30분 정도 구웠고.

사실, 스테이크처럼 조리방법이 간단한 음식일수록 집에서 제대로 만들기는 더 어렵다. 벌써 여러 번 한 얘기지만,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우려면 일단 이렇게 뜨겁게 달궈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팬을 뜨겁게, 적어도 센 불에서 10분 정도 달군 다음 고기를 올려놓아야 하는데, 고기 역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것보다 상온에 적어도 한 시간 정도 내어놓았다가 굽는게 좋다고 한다. 불과 고기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들은 것 같은데… 책 같은데에서 보면, 잘라볼 수 없는 고기가 원하는 만큼 익었나 알아보려면 손으로 눌러보아서 그 탄력도를 점검하면 된다던데, 나는 아직 시도해본 적 없고, 그냥 ‘이 정도 구우면 분명히 덜 익었을 거야’ 라 생각이 드는 시점에서 불에서 내리면 늘 미디엄 정도로 익는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덤사진… 내일 점심 도시락인 테리야키 소스 연어 구이와 청경채 볶음.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구운 연어를 살짝 볶은 쳥경채 위에 깔고 테리야키 소스를 뿌려준 것. 테리야키 소스는 미림과 간장을 1:1 비율로 섞고 설탕 약간만 넣어서 끓여주면 되는데, 생강을 좋아해서 장조림 간장 만들듯 생강도 넣고 끓였다고. 먹을 때는 전자렌지에 데우므로 항상 조금 덜 익혀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니면 데우고 나서 너무 뻣뻣해져서… 

 by bluexmas | 2008/12/15 13:31 | Taste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모조 at 2008/12/15 14:04  

와 도시락 맛있겠어요!

돼지고기도 생강을 넣은 데리야키소스에 살짝 졸이면 맛있더라구요 🙂

 Commented at 2008/12/15 15: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zizi at 2008/12/15 16:50 

와앗, 카나페 보고 군침 주르르.. ㅇㅜㅇ;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다니셨군요. (대충 싸가려고 맘먹어도 은근히 일인데 말예요.)

저야 대충 먹어도 괜찮지만, 요즘들어 더욱 단조로워진 제 요리에 짝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경쓰여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2/16 14:14 

모조님: 그거 맛있겠는데, 거의 장조림인데요? 도시락은 점심에 먹었는데 생각보다 조금 느끼했어요.

비공개님: 실패작들은 올리기 뭐한데 대부분이 카프레제의 변형이었어요. 올리브 기름에 마늘을 볶아서 그걸 드레싱삼아 샐러드를 만들면 맛있더라구요. 연어옆의 리조또스러운 밥은 사실 현미찹쌀밥인데 불린 다음에 물을 너무 많아 넣어서 거의 죽처럼 되었다지요. 도시락은 이틀치를 한꺼번에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먹기 때문에 꼭 데워먹어야 되구요.

그 사진이 그렇게 웃겼나봐요. 저는 웃자고 찍은건 아닌데…하하.

zizi님: 도시락은 언제나 싸가지고 다녀요. 먹을 것도 없고 돈도 많이 들고… 언제나 대충 싸가는데 어제는 뭔가 신경 쓴 것처럼 보여서 그냥 사진 찍었답니다. 저도 음식 만드는 가짓수를 잘 늘리지 못해서 책을 몇 권 사다놓고 들쳐봐요. 혼자 먹어도 똑같은 것만 먹으면 짜증나거든요. 비싸지 않지만 좋은 책이 많으니까 서점에서 한 번 찾아보세요^^

 Commented by yuja at 2010/02/09 17:23 

도시락 검색하고 있었어요- 혹시 연어 옆의 밥도 조리를 하신 건가요? 전 도시락 아이디어가 없어서 늘 고민이네요- 학교 식당 샐러드에도 한계가 있고, 아예 반찬을 싸가자니 도무지 도서관에서 열 수가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