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시간

가끔은, 그냥 멍하게 서서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있다, 블라인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핥는다. 해가 가장 긴 날 조차도 빛의 혀는 짧아서, 넓고 넓은 집의 공간 구석구석을 핥아주지는 못한다. 창 밖을 내다보면 가끔, 빛이 혀를 조금이라도 더 내밀려고 안간힘을 쓰는 광경을 목격할 때도 있다. 그는 얼굴을 온통 찡그리고 있다. 그럴때면 나는 그냥 모른 척 다시 집 안의 공간 어딘가로 눈을 돌린다.

드물게 눈에 담는 빛의 시간이다. 이런 시간이 찾아오면 내 집, 내 공간에 있으면서도 나를 지워야만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그렇게 짧은 순간 동안이나마 머물렀다가 갔던 빛이 아예 오지도 않을테고, 또 그러면 주인이 잘 머무르지 못하는 집이 더더욱 을씨년스러운 공간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이런 시간이면, 숨을 죽이고 그냥 바라만 보게 된다. 느릿느릿, 그 짧은 혀가 나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다. 어디에선가, 주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공간이 오랜 시간동안 가슴 속에 묵혀만 두었던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눈은 풀려있고 입은 반쯤 벌리거나 또 다문 채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가슴 속에만 묵여두었던 두꺼운 한숨이 꾸물꾸물 흘러나온다. 그럴 때면 귀는 막지 못해도 눈은 좀 감아야만 할 것 같다. 속해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시간과 공간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by bluexmas | 2008/12/14 20:28 |  | 트랙백 | 덧글(5)

 Commented by 아이 at 2008/12/14 21:57 

사진이 너무 예뻐요 🙂

 Commented by 나녹 at 2008/12/15 00:21 

헉 기타 멋있어요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2/15 13:34 

아이님: 아이고, 그냥 대충 찍은 사진인데… 저 사진 못 찍어요^^;;;

나녹님: 기타는 멋진데 주인이 별 볼일 없어요…

 Commented by zizi at 2008/12/15 16:46 

집이 bluexmas님하고 딱 어울려요. 정말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2/16 14:17 

앗 사실은 가구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서 썰렁한 집이에요… 어떤 방은 창고 또 어딴 방은 운동장 뭐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