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크로켓

갑자기 분위기가 어릴적에 즐겨 먹던 반찬을 만들어놓고 ‘어머니는 옛날에-‘  하고 사십대 아저씨가 마누라가 해주는 반찬이 맛없다고 투정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사실 어머니가 크로켓을 직접 만드셨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지금도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팔십년대만 해도 천일식품이라는 냉동식품 제조회사가 있었다. 왜 이딴 자질구레한 냉동식품 회사 이름까지도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기억하는 이유는, 그 회사의 마스코트가 에스키모 가족 비스무리한 것이었는데 그게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장자리에 너구리털 같은게 달린 모자를 쓴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들로 추정되는 세 개체가 부동자세로 서 있는 모습… 가끔 이렇게 쓸데없는 것까지 기억하는 나 자신에 짜증이 날 때가 다 있다.

어쨌든 어머니는 만드신 적 없지만 나는 만들어봤다. 이러다가 내년 이맘때쯤에는 메주 떠서 블로그에 올리는 건 아닌가 싶다… 물론 만들기는 정말 쉽다. 기본적으로 으깬 감자 Mashed Potato를 만들어서 식힌 다음 뭉쳐서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입히면 된다. 그 옛날에 먹던 크로켓에는 감자말고 뭐가 들어있었는지 기억을 열심히 더듬어 보았는데 생각나는 건 완두콩 밖에 없었다. 그러나 완두콩은 없었고 옥수수와 햄, 양파 마늘 등등을 다진 뒤 물기가 빠질때까지 볶아서 감자에 섞었다. 기름을 적어도 크로켓의 반 정도는 잠기게 팬에 붓고 튀겨야 되는데 기름 처리하기가 귀찮아서 바닥에 깔릴 정도만 넣고 지졌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색깔이 고르지 않은 못난이가 되었다. 도시락 싸려고 튀겼다가 사진마저 찍어버렸다.

UPDATE: 검색해봤더니 천일식품이 아직도 있더라는… 털모자 쓴 마스코트는 아직도 있는데 아들이 다 자라서 부모님을 버렸는지 아니면 독립을 했는지 지금은 덜렁 아이만…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그나저나 진짜 에스키모였다니 -_-;;;

 by bluexmas | 2008/10/28 12:24 | Life | 트랙백 | 덧글(10)

 Commented by Eiren at 2008/10/28 13:11 

케첩 콕 찍어서 한 입 베어물고 싶군요.. 제 도시락 반찬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흑흑

 Commented at 2008/10/28 13:2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tarla at 2008/10/28 14:17 

메주 떠서 블로그;;; 아 대폭소했습니다.

 Commented by liesu at 2008/10/28 21:44 

메주떠서…에 저도 웃음이 터져나왔어요. 장류 쭈욱 담궈서 포스팅 하실 날이 다가오는건가?ㅎㅎ^^

 Commented by j at 2008/10/29 09:40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하셨네요~ 반은 그냥 먹고 반은 소스찍어 먹고 싶어요 히힛^^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29 12:17 

Eiren: 케찹도 좋고 아이올리를 만들면 괜찮을 것 같아요. 고추를 섞어서 매운맛을 좀 곁들이면 어떨까요?

비공개님: 그러고보니 정말 미피가 생각나는데요? 그러나 얘는 입도 있고…크로켓 먹으려면 입이 있어야겠지만. 엄마 아빠는 혹시 고려장 당한게 아닐까요? 에스키모에 고려장풍습이 있는지는 잘…

저는 어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일본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가운데 일본에 사시는 분 하고 고로케 튀김 전문이신 분이 있는데 그 분들은 좀 아시려나 모르겠네요. 한국 빵집 고로케도 맛있죠… 겨울에 뜨거운 보리차랑 같이 먹으면;;;

starla님: 제가 웃기는 글을 쓰면 덧글을 남겨주시는군요! 빨리 이 바닥에 돌아오셨으면 좋겠는데… 아 정말 내년엔 메주를 뜨거나 김장을 묻거나 둘 중 하나는 할 것 같아서 저 자신에게 두려워요-_-;;;

liesu님: 일단 메주부터 뜨고 난 다음에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하죠 뭐^^

j님: 은근히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정말… 돈까스도 그렇고 계란 빵가루 뭐 이런건 판 벌리기도 귀찮고 그렇던데요?

 Commented at 2008/10/29 14: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30 14:25 

혹시 모르죠, 내년에 정말 메주 떠볼지도… 제가 사는 집 1층 천장이 높거든요. 메주는 생각 안 해 봤지만 팬체타는 한 번 만들어서 달아놓아볼까 생각해봤어요. 만들기 별로 어렵지 않거든요. 겨울이면 기온도 적당하구요.

계란옷을 입힐때는 필요한 재료를 순서대로 죽 늘어놓은 다음에 한 손으로는 젖은 것만, 다른 손으로는 마른 것만 만지는게 모든 걸 쉽게 하는 길이라고 하더라구요.

전 어릴때 워낙 비만이어서 아동복은 입은 적 없는데 부르뎅이라면 이상아와 그녀의 동생이 모델을 하던 상표가 아닐까요? 이름이 왜 부르뎅인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라죠?

 Commented by 그대로두기 at 2008/10/30 15:39

부르뎅의 미스터리는 못 풀었습니다만…

왜 천일식품에서 부르뎅으로 제 연상작용이 일어났는지는 알아냈어요.

갑자기. 어제 문득, 천우 바지라는 브랜드가 생각났거든요.

천일-천우- 부르뎅.

이렇게 된 거랍니다. ㅎㅎ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10/31 14:26 

천우바지라니, 못들어본 브랜드군요. 전 아동으로써의 저 자신을 인식할때부터 아동복은 입어보지 못한터라… 천일-천우는 완만한데 천우-부르뎅은 부르르 떨릴만큼 과격한 연상인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