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치닫는 여행

호텔을 또 옮겼어요. 어제 묵은데가 정말정말 호텔이라서, 오늘은 꽉 찬 예약덕에 제값을 받지 않고는 재워줄 수 없다는데, 내일 아침 여섯 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네 시에 출발하는 사람이 머물면 얼마나 머문다고… 비도 주룩주룩 오고 해서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데 들어가서 하나 남은 가족방을 그래도 싸게 잡았죠. 건물의 꼭대기 방인데 깨끗하게 개수를 최근 했는지 마루도 깔끔하게 깔려있고, 왜 그 사람들이 유럽 아파트의 꼭대기 방, 하면 생각하게 되는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그런 방이네요.

어제 묵기로 했던 그 guesthouse에 사실 오늘 두 번이나 찾아갔었어요. 사실은 세 번이구나, 마지막에 들러서 주인을 만난 것까지 치면… 어제 묵은 호텔의 방을 비워주고 오늘은 어떨까 싶어서 갔는데 열 한 시에 한 번, 열 두 시에 한 번 들렀는데 어제 붙이고 간 메모가 그대로 있는게 창 밖으로 보이고 사람은 없고… 해서 이 호텔에 그냥 방을 구한거죠. 내일 아침에 타는 공항가는 버스도 바로 앞에서 탈 수 있고 해서. 그 전에 전화도 걸고 이메일도 보내긴 했네요, 생각해보니…

하여간 떠나기 전에 대체 어떤 사람이 운영하는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기도 했고, 명백한 자기들 잘못으로 내가 못 자게 된 건데 돈이라도 카드에서 빼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들른건데, 이제 막 할머니가 되어가는 아주머니가 저를 기다렸다면서 너무 미안하다더라구요. 자기가 12년 이 일하고 이런 일이 처음인데 뭐 메일 시스템이 망가지고 어쩌고 해서… 지금이라도 오면 공짜로 재워주겠다는데 벌써 돈 다 냈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이런 날씨에 또 짐 옮기기도 어렵고… 그래서 이러저러 여기저기에서 묵었다고 했더니, 자기가 초과한 돈의 얼마를 주겠다더라구요. 그러는데 뭐 할 말이 있나요… 할머니 덕분에 덴마크 가서 3일동안 쓸 현금이 생겼으니 악몽의 현금서비스는 안 받아도 될 것 같네요. 아침까지는 정말 화가 났었는데, 할머니한테 화는 내지 않았어요. 돈이고 뭐고를 떠나서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아서… 화 못 내는 것도 이젠 좀 강박스럽게 습관이 들어서… 오후엔 비가 그럭저럭 그쳐서 그 할머니가 추천해준 장소를 잽싸게 돌아다니는 걸로 오늘의 일정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왔어요. 놀러다니는 여행이지만, 이쯤되면 여행에 지치게 마련이라서 밥 먹고 한참 쓰러져 자다가 일어나서 어제도 못 기록한 것들까지 몰아서 다 기록하고 사진 저장하고 내일 먹을 것 챙기면 얼추 자정, 내일 네 시 버스를 타야되니까 두 시 반에 일어나면?

 by bluexmas | 2008/09/11 05:39 | Life | 트랙백 | 덧글(2)

 Commented by 은사자 at 2008/09/11 23:36 

에휴…가장 중요한 숙소해결이 불안한 상황이면 하루종일 여행해도 마음이 편치않고 신경이 곤두서게 되는데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또 한참후에는 그런 것 사건사고도 또 재미있는 추억이더라구요^^ 블루님 마지막까지 여행 마무리 잘 하세요~ ^^

 Commented by bluexmas at 2008/09/12 09:17 

고생은요… 놀러다니는데 뭐 고생이 있겠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겠죠 뭐. 이제 이틀 남았으니 마무리 잘 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