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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말 ‘친구’ 와 달리, 미국에 쓰는 영어단어 ‘Friend’는 어째 그 느낌이 공허하다. 아무나 다 친구다. 우리말로 “걔는 내 친구야’ 라고 말하는 것과 영어로 ‘He/She is my friend’라고 하는 것은 뭐랄까, 마음을 줄 수 없는 관계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남발해도 별로 책임감 같은 걸 안 느낄 수 있는 관계같은 느낌이 드는 friend. 그런 단어를 목걸이처럼 줄줄 달고 다니면 무거워서 곧 어깨가 축 처지는 걸 느낀다. 아닌 건 잘라버리는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나.
아주 가끔, 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버겁게 만드는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어떤 깊은 의사소통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니고(그것 자체가 사실 가능하지도 않고), 그냥 그런 사람의 존재 정도를 알고 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불편한 느낌을 주는 사람. 좋다 나쁘다 뭔가 판단을 하기 이전에 그저 나와는 너무 맞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언제나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이런 사람들을 만나거나 알게 되면 그냥 시간이 지날 수록 의사소통의 빈도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도록 만드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경우엔 그것도 싫고 더뎌서 어떻게 하면 이걸 그냥 싹둑 잘라버릴 수 있을까, 라고 싸가지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도 그냥 맞지 않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려 애쓴다. 세상엔 맞는 것보다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이 경우도 그런 수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까…
그러나 그런 생각마저도 계속하면 피곤해진다. 드물지만 아주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무엇이 최선일까. 의미도 없는 관계에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정말 피곤한 일 아닐까.
# by bluexmas | 2008/07/29 12:10 | Life | 트랙백 | 덧글(6)
그나저나 한 달 후에 뭔가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은사자님: 정말 저에게 몇 안 남은 친구들을 생각해보면 어디에서 본 적도 없고 마음을 나누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friend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것조차 별로 내키지 않을때가 있죠. 그래서 언제나 그런 사람들에게는 ‘kind of-‘를 붙이려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어요.
liesu님: (그러셨어요?^^) 호주에서 잘 지내고 계신거죠? 언젠가 놀러가보고 싶은 곳인데.
basic님: 혼자지만 같이 가는게 삶이다보니 사람이 필요한게 아닐까요…나한테 피해를 안 끼치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것 같아요<–정말 그런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들은 또 우리나라의 친구들과 다르죠.
Eiren님: 그냥 아무하고도 말을 안 하면 무슨 단어로 사람을 정의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 한 달 후에… 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