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urprise
. 오늘처럼 해가 진 다음에서야 북쪽에 있는, 텅빈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아니 밤, 저는 음악을 일부러 크게 틀어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곤 해요. 그게 바로 북쪽으로 가는 누군가를 위한 길잡이임을 알리는 청각적인 표식이니까. 그래서 한없이 북쪽으로 흐르는 고속도로가 시내 경계선을 벗어가는 지점에 이를 때쯤이면 다른 주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지친 기색의 차들이 제 차의 오른쪽, 그리고 왼쪽으로 붙기 시작하죠, 제가 틀어놓은 노래 소리를 듣고서. 우리는 모두 시속 120 킬로미터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순간적으로마나 겁이 없는 존재들,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 미친 듯 바람이 들어노는 차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저에게 양옆으로 붙은 사람들은 길을 물어보곤 해요. 단 1초라도 해가 늦게 뜨는 북쪽으로 향하는 길이 바로 이 길이냐고, 나의 초라한 삶이라는 것이 후회로 가득하니 조금이라도 해가 늦게 뜨는 그곳으로 가서 참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적어도 남쪽에서 해가 떠 중천으로 향하는 그 시간만큼이라도… 그러나 나는 일생 단 한 번도 곧게 뻗은 답을 주어본 적이라고는 없는 냉혈한, 바람이 미친 듯이 파고 들어오는 틈을 타고서는 아주 간신히 입술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그들이 원하는 답을 살짝 흘리곤 하죠. 저도 아직 확인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그 세찬 바람에 흘려보낸 그 답이 바로 그들이 그렇게 원해왔던 그 답이었는지… 세상 어느 누구의 삶이라도 나의 그것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래왔던 나였건만 그렇게 세찬 바램을 핑게로 삼아 기껏 던져줄 수 있는 답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중얼거림 이상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희미한 입술의 움직임. 가세요, 북쪽으로. 아직도 뜨지 않은 아침해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삶에는 후회라는 얼룩이 없어야 하니까,. 가세요, 북쪽으로… 당신들이 바람처럼 빨리 사라지고 난 다음에 남는 건 무사함을 바라는 나의 서투른 기도. 가세요, 북쪽으로, 새로운 남쪽으로. 나의 안내를 받아 그곳에 다다랐던 누군가는 쨍한 햇살이 없어도 남쪽보다 포근한 곳이 바로 거기라고, 조잡한 그림엽서에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고백했거든요. 그러니까 가세요, 그곳으로, 새로운 남쪽으로.
# by bluexmas | 2008/07/18 13:14 | — | 트랙백 | 덧글(4)
어휴..가끔은 그 답이 없는게 너무 답답하고 싫어서 자유를 그냥 드릴테니 어떻게 살아야할지 정해진 틀을 주세요..라는 불순한 생각을 할때가 있어요. 저도 남쪽나라에 정착하고 싶은데, 그래서 열심히 찾아가려고 하는데 자꾸 길을 잃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