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번째 글-불친절해진 블로그에 대한 해명(?)
이건 같은 노래 라이브 버젼.
‘해명’이라는 단어를 쓰려니 뭔가 잘못한 일에 대한 변명 같은 걸 늘어놓는 분위기가 되는 듯 해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머리를 굴려봐도 더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니 그냥 넘어가죠 뭐.
500번째 글입니다. 또 블로그 자체에 대한 얘기가 될 것 같아요. 요즘 글이 뜸한 건 한편으로는 일이 많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글루스 돌아가는 꼬라지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글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그나마 올라오는 글들이 예전과는 다르고 불친절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 않으실까 싶어서 500번을 핑게삼아 해명이라도 해보려구요.
그동안 여러가지 자질구레한 이유들로 여기에 경어체 글을 써왔는데, 그 자질구레한 이유들 가운데 가장 덜 자질구레한 건 바로 ‘가상의 청자’ 와 관련된 핑게와 같은 것이었어요. 쓰긴 쓰는데 이런 공간에는 어떻게 써야될지 몰라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누군가에게 얘기하듯 글을 쓰면 좀 쉽게, 아니면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거죠.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로 누군가가 보러 온다는 가정하에 쓰는 글이니 경어체로 써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누군가를 앞에 앉혀놓고 얘기하는 기분을 가지고 싶었던 것이겠죠. ‘오늘은 이런 영화를 봤는데, 이래서 재미있었고, 또 저래서 재미없었고…’.’ 오늘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기분이 나빴고…’ 뭐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그냥 혼잣말처럼 쓰다보면 어색함을 느끼곤 했거든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정말 저라는 사람과는 멀어진다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건 뭐 제가 쓰고 싶은대로 쓰지 않아서, 라기 보다는 경어체를 쓴다는 자체로써 어조나 분위기 같은 것이 그렇게 흘러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가끔은 오래 전에 쓴 글을 읽다보면, 저라는 사람이 무슨 세상에서 제일 착하거나 친절한 사람도 아닌데 글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거든요. 그리고 쓰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글과도 너무 거리가 벌어지는 것 같구요. 그래서 이제 좀 아쉽기는 해도 가상의 청자와는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겠죠. 그러니까 이제는 벽에 그려 놓았던 사람의 윤곽을 깨끗이 지우고, 다시 벽을 보고 늘어놓는 혼잣말과 같은 글을 쓴다는 얘기가 될까요… 하여간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또 생각보다 뭔가 쓰기 어려워져서 한참동안 쓰지 못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일도 많았지만(또 이글루스 꼬라지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생각해보니 경어체로 글을 쓰는 것과 안 그렇게 하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생각의 구조까지도 다르게 만든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지금 이렇게 쓰는 건 말하자면 너무 돌아가는 셈이 되겠죠.
아, 사실대로 털어놓자면 가끔은 진짜로 존재하는 청자에게 쓰는 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읽어보면서 어떤게 그랬지? 라고 기억해보려고 하면 잘 떠오르지 않지만… 어쨌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또한 많은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고도 생각은 하지 않지만, 그런 내부사항이 있었다…라는 얘기를 오늘쯤 할 생각이었던거죠, 500번째 글이라는 핑게로. 뭐 글 써서 사랑받으려고 블로그 꾸려나가는 것도 아니니 이런 얘기를 자질구레하게 해야되는 건지 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뭐 못할 이유는 더더욱 없겠죠. 그래도 최소한 손님의 비율이 남자 몇 퍼센트, 여자 몇 퍼센트인지는 알 수 있을만큼 놀러와주시는 블로근데.
참, 노래는 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그냥 분위기나 띄워보려고 고른 거에요. 들으면서 왜 ABBA 생각이 자꾸 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 by bluexmas | 2008/05/20 12:19 | Life | 트랙백 | 덧글(7)
진짜로 존재하는 청자를 때로는 의식하게 되기도 하구요.
가끔 사랑받는 블로그(?)들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 블로그의 한적함이 아늑하기도 하더라구요.
500번째 글이라니, 축하드려요. ^-^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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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님: 그럼 더 불친절하게 쓰죠 뭐, 앞으로는…^^
비공개 2님: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