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할 수 없는 남자들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에 들를때마다 누군가 물을 내리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되죠. 대체 어떤 남자들일까요, 물도 내릴 줄 모르는 사람들은… 참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은 건 그런 사람들은 분명 아무도 없을때만 그런 짓을 저지르기 때문이겠죠. 여태껏 서른 해 조금 넘도록 세상의 쓴 맛을 보아왔지만, 뒤에서 누군가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배짱좋게 물도 안 내리고 손을 닦으러 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거든요. 그렇게 비위 상하는 광경을 여러번 보다 지친 저는, 화장실에서 만난 동료에게 얘기했죠. 전 회사를 아우르는 캠페인을 벌여서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반드시 물을 내리도록 해야된다구요. 만약 그걸 어겼다가 적발되었을 경우에는 한 번에 손가락을 하나씩 자름으로써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열 손가락을 다 잃고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물을 안 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때는 거세를 해버려야 한다구요. 심각하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얼굴이 살짝 질린 그 친구는 저와 화장실에서 마주칠때마다 ‘물 내렸어, 내렸다구!’를 외치곤 했죠. 그러나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발견할 수 밖에 없는 이 슬픈 현실, 회사 화장실이 암스테르담 기차역 뒷편의 노천화장실도 아니고…
제가 이렇게 물 안 내리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을 가득 품은채 살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은 물은 내렸을지언정 손을 닦지 않는 사람에게 향한 그것에 비하면 정말 새발의 피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웬만하면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 ##님과 화장실에서 마주쳤는데, 그 분 제가 보고 있거나 말거나 세면대를 그냥 지나쳐서 화장실을 나서시더군요. 뭐 사실 저의 삶이 아니므로 그 분께서 화장실에 들렀다가 손을 닦든 말든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닌게 분명하지만, 때때로 저에게 말을 걸다가 앉아있는 저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 by bluexmas | 2008/04/08 12:33 | Life | 트랙백 | 덧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