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에
.셋, 둘, 하나.
3월 29일, 생일이에요. 작년까지는 아무 일 없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는 날짜를 세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생각도 없었고, 오히려 생일이 다가온다는 걸 무시하면서 오늘까지 온 것 같네요. 그냥, 너무 많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요 몇 년 동안 저의 삶이라는 마른 밭에는 큰 변화가 없어왔으니까, 그게 무엇이든 그렇게 기대를 하고 싶지 않았겠죠. 기대의 짝은 실망이니까.
1/4이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올해는 조금 이상한 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해에는 뭐 여행이든 뭐든 원래 머무르던 자리를 잠시라도 떠났다가 돌아오면 새로운 기분으로 무장해서 적어도 반 년간은 별 어려움, 피곤함 없이 어떻게든 헤쳐나가곤 했는데 올해는 이제 겨우 3월 말인데도 무더운 여름 정도는 헤쳐나간 듯한 피로함이 느껴지거든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삶이라는게 앞으로 당분간 더 힘들면 힘들어졌지, 편해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깨닫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버텨가겠죠.
요즘 계속해서 하고 있는 생각은, 삶이라는 건 정말 냉혹한 이진법 같다는 60년대 신파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은유에요. 눈 뜨고 있는 순간에는 언제나 버거워서 잠시 꺼 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처럼 들지만, 그러한 순간은 숨이 멎을 때까지 찾아오지 않죠. 그러니까 숨이 붙어 있으면서 의식을 꺼 놓고, 미친 듯이 돌아가는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그냥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구요. 그러니 계속 쳇바퀴를 돌려야죠. 기뻐도, 슬퍼도, 가뿐해도, 그리고 힘겨워도…
내일은, 생일 맞이 10k 달리기를 빼 놓고는 별 계획은 없어요. 원하면 뭔가 만들었겠지만, 귀찮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친한 친구랑 저녁을 먹고 방금 들어왔죠. 점심엔 중식, 저녁엔 스테이크… 위장이 그냥 막 비명을 지르고 있네요. 다시 세 자리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으냐면서…
# by bluexmas | 2008/03/29 13:10 | Life | 트랙백 | 덧글(20)
있다 아침에는, 햇볕 쨍쨍- 바람은 하늘하늘-
이래저래 행복한 날이 되시길 빌어요 //ㅅ//
(피로하시다면서 생일맞이 10k달리기라니, 몸에게 너무 가혹하신 거 아녜요-)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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笑兒님: 생일에 비가 주룩주룩 왔어요.
basic님: 감사합니다.
passerby님: ‘지나가다’ 보다 훨씬 쿨해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다음엔 뭐 닉이라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zizi님: 비가 와서 달리기는 못 했어요. 올해도 부모님은 ‘너 낳던 날…’ 과 같은 쑥스러운 일장연설을…^^
비공개 1님: 저도 사실은 그런 기분이었답니다. 사실 생일에 늘 그런 기분이었어요 지난 몇 년간… 작년엔 덜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예년보다 조금 더하더라구요. 그래도 그냥 미역국 간신히 끓여 먹었어요.
비공개 2님: 언제나 저의 염장을 질러주시는… 감사합니다^^
비공개 3님: 원하는 일, 이런 것보다 현상 유지라도 잘 해나가는데 목표랍니다…-_-;;;
intermezzo님: 감사합니다^^
비공개 4님: 많이 바쁘시죠? 건강 잘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Eiren님: 달리기 할 수 없는 날씨였어요. 꽃샘 추위가 3월말에도 계속되다니, 충격이에요…
모쪼록 새로운 달, 새로운 분기에는 피로감은 빼고, 행복감은 더하는 나날되시길~
이틀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행복한 하루 되셨길…
전 한국달력도 없이 음력생일을 따지다보니
잊고 넘어가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