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내린 쥐
, 이 쥐는 mouse가 아니고 cramp에요. 정말 오랜만인데, 어릴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도 밤에 자다 말고 쥐가 내리는 경우가 정말 많았어요. 제가 자는 방은 안방-부모님께서 주무시는-과 가까웠고, 한 번 쥐가 내리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소리가 방에서 새어나가기 일쑤였고, 그러면 부모님이 와서 다리를 주물러 주시곤 했죠, 가라앉을 때까지…
마지막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어제 밤에는 정말 고통스럽더라구요. 그러나 허허벌판 한 가운데 있는 집에서 덩그러니 혼자 사는 집에 사는 저의 신음 따위를 누가 들어줄리 만무하니까, 이를 악물고 가라앉을 때까지 열심히 주물러야만 했어요. 그러면서 생각이 들기를, 어라, 이제는 내 종아리가 한 손으로도 잡히는구나… 언젠가는 그렇지 않던 시절도 있었기 때문에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더군요. 쏟아지는 고통의 한 가운데에 신기함이 자리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하긴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새다리 다 되었다고 한 마디 하시더라구요.
하여간, 그렇게 한참동안 다리를 주무르다가 완전히 뻗어서는, 아, 오늘은 쉬어야겠다, 라는 결론에 도달해서 병가를 썼어요. 집에서 쉬면 좀 낫다가 다시 회사가면 두 발짝쯤 뒤로 가는 듯한 느낌이어서 아예 주말동안에 잘 쉬면서 확실히 잡아야 되겠더라구요. 언제나 그런 느낌이 있었어요, 집에 갔다오면… 저라는 사람이 셀 수도 없이 많은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겨져서 바다를 건너 이렇게 돌아오는 동안에도 꽤나 많은 조각들은 수원이며 서울이며 태평양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 그러면 집에 와도 한참동안은 정말 굉장히 멍해요. 왜 그럴까… 그 수많은 조각들이 어릴 때 자연시간에 배웠던 플라나리아처럼 각각의 개체로 화해서 나름 생각하고 행동한 결과를 미국에 와 있는 저에게 보내고, 저는 그 정보를 빨리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혼란스러워하는 것일까요? 하여간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나 오랜동안 머리 속에는 갔던 곳의 이미지와 나눴던 대화의 조각들이 미친듯이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에 잠겨 있게 되더라구요. 이 좁디좁은 두개골의 벽에 그 이미지와 대화의 조각들이 부딫히면 가끔은 너무 아프기도 하구요. 백만개의 크고 작은, 그리고 서로 다른 기억의 회오리바람이 서로 다른 녀석을 집어 삼키고 더 커지기 위해서 쟁탈전이라도 벌이고 있는걸까요? 차라리 누가 생중계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생각보다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거든요. 어렸을 때는 단 한 번도 내 것이 되지는 않으리라 믿어왔던 일들, 그런 일들이 나의 현실에서 벌어지고 또 시간이 지나 기억으로 남으면, 그제서야 언제나 어리숙했던 저는 길게 한숨을 쉬면서 인정하곤 했죠. ‘그렇구나’ 라고…
어쨌거나 부지런히 소환의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기억의 조각이든 회오리바람이든 그게 대체 뭐든 이제는 제자리로 돌아갈 때도 되었으니 빨리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오라구요. 그래도 이곳이 집이고 세상엔 집만한 곳이 없으니까, 방황을 끝내달라고. 오늘, 내일, 그리고 일요일 오후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들은 버려둔채로 살거에요. 그러니까 그 뒤에 언제 어딘가에서 저임을 주장하는 얼빠진듯한 남자를 발견하신다해도 가볍게 무시해주세요. 그건 제가 아니고 저에게 돌아오지 못한채 영원히 떠돌 운명을 가진 기억의 조각에 불과하니까… 저는 여기에 이렇게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있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구요. 몇몇 조각들이 빠져서 약간 버거울지는 몰라도 겉보기에는 멀쩡할거에요. 언제는 안 그랬던가요? 우리는 불확실한 궤도를 적정속도로 간신히 달리기에도 버거운, 평범하도록 불완전한 개체들일 뿐인데.
# by bluexmas | 2008/01/05 01:30 | Life | 트랙백 | 덧글(4)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건강하십쇼.
어제 여친이랑 여친 친구들이랑 홍대에 그 와인바 함 갔다왔습니다. ㅋㅋ
비록 한명이 진상이 되서 나가 떨어지긴 했지만..
뭐 역시..분위기나 맛 다 좋았습니다.
Bar직원들이 욕이나 안했나 모르겠네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