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준비
렌트카 덕분에 엄청난 마음의 동요가 있었지만 꾹꾹 눌러 참으며 야근 준비를 했습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니고 일에 관련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부엌을 가능한 깨끗하게 치우고 다음 주 동안 먹을 반찬을 만들어 놓는 것이 바로 야근 준비입니다. 일단 일이 바빠지면 저녁도 집에서 먹을 일이 없어지고,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인데 대강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돈을 아끼는 것은 물론, 시간도 절약하게 됩니다. 아니, 사실은 그 무엇보다 먹을 것도 없는 회사 주변 동네에서 말도 안되는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때로는 행복해지기까지도 합니다. 연속된 야근으로 피로가 누적된 몸에 피자 따위를 꾸역꾸역 채워넣고 계속해서 일을 강요하면 결국 몸은 반란을 일으키고 하는 수 없이 병가를 써야될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또한 부엌을 미리 치워놓지 않으면 아랫층 멕시칸들이 몰고 왔다가 밀린 집세로 급기야 야반도주를 하면서 선사하고 간 바퀴벌레 떼들이 날뛰는 꼬라지를 보게 되므로 방역까지는 못 해도 설겆이는 다 해놓아야 합니다.
어쨌거나 싸온 도시락을 먹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늘 산책을 합니다. 점심에도 그렇고, 야근 때문에 저녁도 회사에서 먹으면 더더욱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일이 바빠지면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료한 회사 생활에 30분 정도의 산책은 언제나 즐거움입니다. 빨리 Ipod을 사서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다니는 것이 목표인데, 산타할아버지가 금일봉을 선사하지 않는다면 올해 안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늘도 싸온 점심을 회사에서 먹고 잠시 산책을 했습니다. 사진은 High Museum인데, 저게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야근 준비는 다 했으니 이제 일주일 동안 혹사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책도, 영화도 이것도 저것도 다 한 주일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건드려 보고 싶었던 책과 음반들이 있었는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안타까운 주말 저녁입니다.
# by bluexmas | 2005/12/12 14:03 | — | 트랙백 | 덧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