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진 일상

본의 아니게 월요일에도 쉬었습니다. 금요일에 망설이다가 맞은 독감 예방주사가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더군요.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7개월째, 어차피 병가는 아낀다고 내년으로 이월되는 것도 아니니까 아침에 악마가 속삭였을 것이 분명하겠죠. ‘별로 바쁜 일도 없는데 하루 쉬어버려’ 라구요.

그래서 하루 종일 잠을 자고, 또 자고 밤에도 자고 오늘 아침에 회사를 출근하니 모든게 참으로 낯설었습니다. 옆자리 사람들이 정말 내가 몇 개월동안 같이 일 했던 사람들인지… 게다가 대체 금요일에는 무슨 일을 하다가 퇴근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서 오전 내내 전전긍긍하다가 점심을 먹기 조금 전에야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안도감에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비록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다가 취직을 했지만 회사를 다니는 생활이 저의 일상이 되었다고 느낀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인데, 하루를 더 쉬었다고 그 모든게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다니, 우리가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삶의 모습은 어쩌면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해줌으로써 반들반들하게 닦아야만하는 조각난 순간들의 모음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하루 닦아주지 않았더니 벌써 몇몇 조각들에는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었던 셈이겠지요. 다시 닦는데는 시간도 더 걸리는 모양입니다.

반사유리로 된 회사의 바깥 껍데기는 낮에는 투명한 유리창이 되어 근사한 바깥 풍경을 선사하다가, 밤이 되면 거울로 변해서 아래위층을 오가는 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비춰주곤 합니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낯설음을 지우려고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밤(썸머타임이 끝났으니까요), 유리창에 비치는 저의 모습을 보고서는 그제서야 완전하게 낯익은 곳에 속해있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퇴근길에는 마음이 좀 가벼웠구요.

이런 기분도 내일이면 또 나아지겠지요. 제시간에 일어날 수만 있다면…

내일은 사고 후 한 달 동안이나 한쪽 귀가 떨어진채로 달려왔던 제 불쌍한 차를 병원에 데리고 갑니다. 수술전야군요.

 by bluexmas | 2005/12/07 13:03 | Life |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