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브랜드를 리뉴얼한다면
매체에서 너무 신나게 때려대서 보기 좀 괴로운 감이 있는데, 위기는 기회라고, 이 판국에 백종원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한다면 어떨까?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다 바꾸겠다’라고 공표를 했던데 그가 내 의견을 참조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 몇 가지를 간략하게 풀어놓아 보자.
1. 백종원 지우기: 빽다방 몇몇 지점을 가는데 편차가 좀 있다. 인테리어의 상태부터 커피의 맛까지 조금 과장을 보태면 천차만별이다. 그런 가운데 빽다방의 더본코리아 수익 비율이 60퍼센트대 후반이라고 한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커피만 빼고 나머지는 다 잘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커피도 물론 맛이 아니라 가성비 때문에 되고 있는 것일 텐데 비슷한 가격대에 더 잘하는 후발주자들이 있으므로 위태롭다.
그런데 과연 빽다방이 현재 백종원과 그 이미지 덕분에 잘 되고 있는 걸까? 난 그걸 잘 모르겠다. 내 생각에는 아니다. 필요에 의해서가기는 가지만 백종원의 이미지가 낡고 그다지 호감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백종원이 잘못했느냐고? 그가 꼴보기 싫으냐고? 물론 아니다. 다만 세월이 흘러서 백종원을 전면으로 내세운 BI가 수명을 다했다고 본다.
따라서 나는 좁게는 백종원 이미지를 빼거나, 넓게는 아예 빽다방의 명칭 자체를 바꾸는 쪽으로 BI를 새롭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한다. 사실 ‘빽다방’이라는 어감이 여러 갈래로 나는 처음부터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기억하기는 쉽지만…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하겠다. 한편 인테리어 디자인, 특히 색채 전반의 느낌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이미지도 비교적 최근에 연 매장은 나쁘지 않은데, 그래도 색채들 자체가 싼 느낌을 준다. 자세히 보면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들 전반이 그렇다.
최근 연남동 어귀 눈에 잘 띄는 지점에 빽다방이 들어왔는데 진짜 꼴보기 싫다. 백종원이나 빽다방이 싫지 않은데 이 지점을 보고 있노라면 와 이제 연남동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다 망하겠다 생각까지 든다. 물론 지금도 멀쩡하지는 않지만… 물론 이러한 변화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에게 재정적인 부담을 주므로 실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지만 ‘빽다방’이라는 상호도 BI도 전부 과감하게 버려야 할 때가 왔다고 믿는다.
2. 메뉴 줄이기: 정말 너무 많다. 너무너무 많다. 메뉴를 보고 있노라면 현기증이 올라오고 덕지덕지 붙여 놓은 포스터도 싫다. 물론 이다지도 다분화된 메뉴는 경쟁에서 우러나오는 불안감이 원동력이라 믿는데… 좀 줄여보면 어떨까? 지점의 규모마다 차이를 두는 것도 좋고 하여간 무슨 참외 음료니 식혜니 이런 것들을 좀 과감하게 줄여서 프랜차이즈 운영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는 걸 고려해보면 어떨까 싶다.
3. 마이크로 점포의 가능성: 역시 뭐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현실과 재정적인 면은 잘 모르긴 하는데… 덩치를 줄이고 또 줄이면 정말 간략하게 커피와 약간의 배리에이션 음료만 팔 수 있는 아주 작은 지점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규모가 작은 지점들이 많기는 한데, ‘사람이 운영하는 자동화 업장’ 정도로 1인이 운영 및 관리 가능한 지점을 고안하는 것이다. ‘빽다방 미니’는 좀 그렇지만 뭐 그런 비슷한 컨셉트로…
4. 중급 이상의 브랜드 설립: 지금도 집 앞 빽다방에 가면 백종원을 ‘외식경영전문가’ 같은 걸로 소개하고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런 이미지는 이제 그의 브랜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가 셰프라는 이미지는 어쨌든 굳어져서 잘 유통되고 있으므로 이를 내세워 과감하게 직영으로 운영하는 고급 브랜드를 좀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한다.
한식이나 중식 프랜차이즈를 골라서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도 좋고, 하여간 더본코리아와 백종원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만들어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반 손님은 물론 더본코리아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이들도 찾아와 먹고 백종원의 최고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그가 주방을 지키면 더 좋다. 지금처럼 직영점이 거의 없는 방식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면 경기도 안 좋고 경쟁도 심해지는 현실 속에서 신뢰를 얻기 힘들다.
5. 백종원의 각성: 궁극적으로 그도 소탈하고 편한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파인 다이닝을 시도하면 못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맛을 설계하는 습관을 들여다 보면 맛의 완성도를 생각해 채워 놓은 상태에서 빼는 게 아니라 단가와 사업성을 생각해 비워 놓은 상태에서 채우는 방식에 완전히 젖어 있는 것 같다. 이 결과로 나오는 맛은 이제 백종원의 현재 브랜드 이미지 만큼이나 유통기한이 지났다.
이 습관을 과연 그가 버릴 수 있을까? 더본코리아라는 사업체의 사활이 어쩌면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백종원이라는 (방송) 엔터테이너는 살아 남더라도 더본코리아, 더 나아가 저 많은 프랜차이즈 사업주들은 휘청이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이제 방송 출연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방향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말이다.
6. ‘백종원 사단’의 육성: ‘셰프’라는 명칭은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백종원이 셰프라면 과연 그에게 사람들, 즉 휘하 요리사들이 있는가? 그래서 백종원 사단을 거쳐 음식점을 차리든 프랜차이즈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내 기억엔 아직 한 명도 못 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자체도 큰 문제다. 백종원이 셰프라면 사람을 키우고 자신의 네크워크를 확장해야 한다. 백종원 사단에서 진득하게 5-10년 씩 일한 요리사들이 자신의 업장을 열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서 한국 요식업계의 기초를 다져줘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지금 있을까? 없다면 앞으로 일굴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