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이) 높은 레스토랑 콜키지의 의미

이건 뭐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수 사람들의 생각이 안 바뀌는 것 같은데… 고오급 레스토랑의 콜키지가 음식값에 비해서도 높다면? ‘와인 가져오지 말고 우리 거 드시라’라고 완곡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유는 뭐 첫째, 그래야 이문이 남으니까. 여기에 민감한 사람들 많은데 레스토랑이 이문을 안/못 남기면 어떻게 지속 가능하겠나? 늘 말하지만 음식값은 대체로 손익 0으로 그냥 유지를 하는 것이고, 술을 비롯해 레스토랑에서 만들지 않은 음료를 마셔야 이문이 남고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걸 못 받아들이면 당신은 파인다이닝 씬의 패트론이 아니니 안 가는 게 낫고, 당신의 이득만 취하는 이기적인 소비자다.

둘째, 아무래도 레스토랑에서 준비하는 와인이 음식에 더 잘 맞는다. 이건 뭐 설명조차 필요 없다고 본다. 왜 소믈리에가 있고 그들이 엄격한 교육과 훈련을 받겠나. 그들의 시각과 사고는 우리네 아마추어와는 다르고 또 달라야만 한다. 레스토랑의 와인 가격에는 그런 서비스 비용까지 다 포함이 되어 있다. 가격대가 높은 레스토랑일 수록 고정 코스 메뉴를 내고 와인 짝짓기를 운영하는 등의 이유는 ‘고르는 걱정 말고 우리에게 다 맡기시라.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다’라고 서비스 하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는 있다. 이를테면 세계에 지금 딱 한두 병 남아 있는 정말 귀한 와인을 가지고 있는데 도저히 집에서는 따고 싶지 않고 미슐랭 별 셋의 뫄뫄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함께 먹고 싶다! 이런 이유라면 그나마 말이 된다. 다만 여기에도 조건이 붙는다. 미리 레스토랑 운영진과 잘 협의를 해야 하고 거기에서 파는 와인도 마셔줘야 한다.

그런데 높은 코키지에 반발심을 느끼는 이들 가운데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상당 부분 레스토랑 음식은 먹어야 되니까 먹는데 와인에도 돈을 쓰기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가성비 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으며 코키지를 받지 않는 고깃집 등이 늘어나면서 나쁜 버릇이 드는 한편 수도 더 많아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이런 사람들은 그냥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게 좋다고 믿는다. 이게 표면상으로 보면 ‘돈 쓰기 싫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레스토랑을 향한 불신이기도 하고 사실 레스토랑에 돈을 쓰면 궁극적으로 손해인, 맛을 모르는 사람들일 가능성도 높다. 이건 여러 갈래의 문제인데, 예를 들어 미슐랭 별 셋 짜리 레스토랑의 한 끼 식사에 드는 비용을 내적으로 절대 정당화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가 봐야 계속 본전 생각만 날 것이고, 식사가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자신이 이렇다면 절대 안심하고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 게 낫다. 요즘 같은 현실에 그게 사실 한편 매우 자연스럽기도 할 뿐더러, 되려 그렇지 않을 사람이 소수일 것이다. 요는, 애초에 파인다이닝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냉철하게 생각해 이게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그 세계의 규칙을 어떤 이유에서든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면 차라리 멀리하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다는 말이다.

하여간 요즘같은 불경기에 레스토랑 식비로 40만원을 쓸 수 있다면 와인에도 돈을 쓰자. 아니면 가지 말자. 솔직히 ‘나 여기 가봤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가는 사람들이 그냥 음식과 맛을 즐기기 위해서 가는 사람들보다 많지 않을까? 음식을 음식이라고 여겨야 음식맛이 나는 법이다. 물론 그러고 먹었는데 음식을 음식이 아니라고 여기고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