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된다, 안성재 셰프

‘흑백요리사’의 성공 이후 안성재 셰프가 등장한 광고를 보고 좀 의아했다. 미슐랭 별 셋의 셰프로서 격에 안 맞는 게 아닐까… 나에게 미슐랭 별 셋 셰프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의 백로 같은 존재라서 욕을 먹을지언정 고고하다 못해 초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뭐 세상 자기 혼자 잘났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미슐랭 이야기가 나오면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는 토마스 켈러(프렌치 런드리)는 젊은 시절 낸 레스토랑이 쫄딱 망해서 집집마다 올리브기름을 팔러 다녔다고 한다. 하루에 한 병도 못 팔아서 해변가에 앉아 시름에 잠기기도 많이 했다고.

하여간 이런데 써브웨이와 (프리미엄) 가나 초콜렛이라니 번짓수를 잘못 짚어도 너무 잘못 짚은 것은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는 에드워드 리 셰프가 지금 코카콜라나 맘스터치 등의 광고에 나오는 것과 조금 다르다. 그는 사려 깊은 사람이지만 켄터키라는 입지도 그렇고 궁극적으로 소탈한 음식 세계를 추구하는 셰프다. 더군다나 인상 또한 잘 맞아 떨어져서 지금 나오는 광고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는 십 년 전부터 그의 팬이었으므로 그가 한국에 와서 잘 되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겁고 광고에 등장하는 이미지도 너무 좋다. 한마디로 훈련이 잘 된 모습이다.

하지만 안성재 셰프의 두 광고는… 많은 이들이 이제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더라도 줄을 서서 사먹겠다고 난리를 칠 지명도를 얻었으므로 다들 좋다고 하겠지만 음식평론가로서는 우려할 수 밖에 없는 행보며 결과물이었다. 그 광고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자연스럽거나 멋지거나 맛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어울린다거나 훈련이 되었다는 느낌을 안타깝게도 받지 못했다.

물론 좀 더 생각을 해보면 이해가 가는 구석도 적지 않다. 10000% 순수한 추측이지만 광고가 새 레스토랑을 열기 위한 자금줄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전의 레스토랑에서 그는 수석 셰프, 즉 월급을 받는 피고용자였으므로 입지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활동 문제를 놓고 의견차가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서 설사 비율이 크지 않더라도 자신의 지분을 만들어 오너 셰프로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서 이런 광고에 출연했을 수도 있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팀원들을 모으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했을 수도 있다.

한편 둘러보면 셰프들이 통상적으로 좀 더 이미지와 맞도록 출연할 수 있는 광고거리들이 서양에 비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서양의 미슐랭 혹은 그에 준하는 인지도를 가진 셰프들은 ‘인도스먼트’, 즉 자신이 사용하는 칼이나 냄비 같은 주방 및 조리용품 브랜드들과 계약을 맺어 제품을 쓰고 행사에 나가는 방식으로 많이 남을 가능성이 없거나 매우 적은 레스토랑 외의 수익원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한국인 셰프들도 주방에서 한국에서 나온 칼이나 냄비 같은 건 쓰는 경우를 보지 못했고 스토브나 오븐도 그렇기 때문에 이쪽 방향으로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물론 한국인 셰프들이 맨해튼에 차린 레스토랑이 미슐랭 별을 받는 판국이니 세계적인 차원에서 서양 혹은 일본 브랜드의 인도스먼트가 불가능하다 생각은 안하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다.

이렇게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우려가 걷히지는 건 아니다. 광고도 광고지만 손석희와의 대담 같은 것들을 보면 저런 것보다 차라리 완전히 인간적인 컨셉트로 포장을 해서 어디 시골에 가서 밭을 갈고 무를 캐서 할머니들 무조림 해드리고 밥 같이 먹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길게 보면 더 낫지 않을까 아직도 생각을 하고 있다. 그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고른 게 이것이라면 이유가 매우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미슐랭 별 셋 셰프의 이미지를 북돋아주는 브랜드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흑백요리사’라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요리 서바이벌 쇼 덕분에 인기 가도에 오르기는 했는데, 그의 본업은 궁극적으로 사회에서 극히 한정된 소수만이 맛을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의 셰프인지라… 이러한 인기 자체에도 우려되는 바가 있고 그가 제 2의 에드워드 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과연 그의 인기와 새로 등장할 그의 레스토랑이 크게 보아 한국의 파인 다이닝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이 또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는 않을까? 십 년도 전부터 말해왔지만 한국 파인다이닝 씬에 필요한 게 과연 또 하나의 국가대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