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돼지빵과 금형의 발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지하철 역사 내외의 빵집이다. 운이 좋으면 모카번 같은 이제는 사라진 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인데 오늘은 영등포구청의 또 다른 종류의 빵집(샌드위치를 주로 판다)에서 이런 복돼지빵을 보았다.

두 달 전 이곳을 지나갔을 때에는 못 본 것 같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완성도가 놀라웠다. 조리 자체가 훌륭해야 되겠지만 그만큼 금형 또한 발전했다는 방증 같았다. 냉동 크루아상 생지 또한 엄청 발달해서 쓰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이런 빵들은 대체로 팬케이크에 쓰는 것 같은 묽은 반죽(batter)을 붓고 소를 올리고 뚜껑을 덮어 구워 완성을 시킨다. 십 년 쯤 전 지역에서 앞다투어 특산물이나 상징 등으로 모양만 다른 빵들을 내놓았을 때 그 조악한 완성도를 감안하면… 정말 먼 길을 걸어왔다 싶어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는 것이다.

(사진은 서버 문제로 없어졌지만 2017년의 지역빵 리뷰를 보시라)

그런데 어른의 엄지 손가락 1.5배 크기의 돼지가 웃는 표정도 완벽한 가운데 등에 ‘복’자 마저 선명하게 달고 있으면… 붕어빵과 델리만주의 자손이므로 사실 모양새만 다르지 맛은 거기에서 거기 같은 빵임에도 불구하고 사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비록 오늘은 신체 형편이 못 되어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짐작컨대 이 돼지의 모양은 금은방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한때 피처폰에도 많이 달렸었던) 금돼지와 뭔가 상관이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내가 이 금형 판매 회사를 운영한다면 영업 사원들에게 실적에 따라 금돼지를 포상으로 걸어볼 것도 같다…

*사족: 오오, 찾아보니 등의 ‘복’자가 한자로 된 버전도 있다… 왜 그것을 쓰지 않았을까… 한자도 한국어의 일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