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버터핑거팬케이크는 왜 빨리 철수했을까

신문에서 기사를 먼저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자못 충격이었다. 아니, 인테리어에서 광택도 채 가시기 전 같은데 폐업을 하다니. 근거로는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일대를 자주 지나다니는데 객이 의미 있는 밀도로 차 있는 걸 한번도 보지 못했다. 아니 물론 내가 볼 때만 그랬을 수도 있는데 정말 신기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면 객이 꽉꽉 들어차기가 어려운 요건이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사후약방문처럼 폐업한 가게에 대고 ‘야 니들 망했니 그럴 줄 알았다 꼴 좋다’ 같은 이야기를 하려는 의도는 절대 없다. 다만 연남동을 늘 지나다니면서 느낀 것들이 있는데 이곳이 너무 빨리 망한 충격과 버무려서 정리를 해보고 싶었다.

1. 입지: 유동인구가 많아서 좋을 것 같지만 이 입지는 결코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도시적인 규모가 작다보니 사람이 머물러 있을 만한 보도 같은 공간이 너무 좁아 머무를 수가 없다. 게다가 잘 보면 큰 규모의 가게가 꽉꽉 채우고 있는 환경도 아니다. 연남동을 돌아보면 전반적으로 도시 규모가 상당히 분절되어 있을 뿐더러 인간의 흐름을 몰아주는 허브 공간이 없다.

말하자면 랜드마크 같은 건물이 있고 공터도 있고 사람들이 죽치고 있다가 내킬 때 어딘가 들어가고 그러는데 이 일대는 그러기에 적합하지 않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에만 들러서 먹고 빨리 움직이는 게 최선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너무 규모가 큰 가게를 들여 놓았다고 생각했다.

2. 분위기: 외장 내장 모두 ‘저기 우리 팬케이크 맛있게 하는데 들어와서 좀 드셔보세요’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기존의 버터핑거 팬케이크 매장들은 스토어프론트가 크지 않아서 엄청난 디자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매장도 크지 않거나 크더라도 1층이 아니어서 적당히 꾸며 놓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와서 먹었다.

그런데 연남동 매장은 달랐다. 스토어프론트가 상당히 넓어서 잘 채워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스토어프론트 자체도 아무 종류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내부도 별로였다. 규모를 키울 경우 안 먹힐 BI를 적용한 느낌이랄까? 지금 서울 전체에서 그런 결과물을 보는데, 미국 다이너풍 디자인은 그렇게 만만하게 보고 가져다 쓸 게 아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미국 음식이 거의 없듯 이 디자인 그러니까 조형, 색채 등등은 웬만한 한국인의 멘탈로는 잘 재현이 안 된다. 한마디로 ‘reckless abandon’의 태도가 안 나온다.

그런 가운데 한국어가 없는 내부 디자인 또한 매력이 없어 보였다. 일단 그 자체가 불친절함의 발현이라 볼 뿐더러, 글꼴 등이 아름답지도 않았다.

3. 브런치의 한계: 그 일대 업장들을 잘 보면 고깃집이 많다. 입지를 반영한 임대료를 감안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술을 파는 가게들이 버틸 수 있다는 방증이라 본다. 말하자면 국맥과 희석식 소주를 궤짝으로 매일 팔아야 유지가 가능할 텐데 브런치 매장에선 그게 불가능하다. 술을 팔아도 홀짝거리는 정도지 아무도 브런치가게에서 고주망태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손님이 꽉꽉 들어찼다면 이득이 났을지 지금도 궁금하다.

또한 이런 점도 고려를 해야 한다. 브런치 매장은 대체로 극과 극이어야 살아 남는다. 예쁜 카페풍 인테리어에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잘 받을 것 같은 음식을 비싸게 팔거나, 정말 미국 다이너처럼 호방하게 부친 팬케이크 등을 최대한 싸게 팔아야 한다. 나는 늘 버터핑거 팬케이크가 어중간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떨어져 있지만 트래블메이커가 살아 남아 있는 건 음식을 더 잘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안 찍었지만 한참 공사중이던데 과연 무엇이 들어올지 매우 궁금하다. 요즘 경기와 정치적 상황에 과연 그곳에서 이문을 낼 만한 브랜드/업종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