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무화과가 아니다

이런 글은 써봐야 나만 손해다. 들어야 할 사람은 안 들을 뿐더러 팬덤한테 욕이나 먹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써야 한다. 아닌 건 아닌 거고 욕 먹는 거 두려워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한다.

마이쮸 무화과맛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술에 취해서 길에서 술주정하고 사람들 때리고 건물을 무너뜨리기라도 한 건가?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제품으로서 결함이 있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듯 말린 무화과맛을 1천원짜리 캐러멜치고 잘 모사했다.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제품을 놓고 ‘상큼한 복숭아맛을 기대했는데 아니라서 실망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잘못일 수 있다. 왜냐면 이건 마이쮸 *무화과*맛이다. 말하자면 이 제품은 자신에게 복숭아맛에 대한 기대를 품으라고 한 적이 절대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기대했는데 아니라며 멀쩡한 제품에게 덤터기를 씌운다. 여기까지는 웃고 넘어갈 수 있다. 아, 진짜 너무 음식도 맛도 모르네. 피식 웃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아서 그랬는지 어쩐지, 이후에도 이것이 나의 잘못된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였음을 계속 걸고 넘어진다면 그때부터는 ‘싸불’이 된다. 제품이 싸불의 대상이 되느냐고? 그렇게 말한 적 없다. 궁극적으로 이것을 개발한 사람들을 싸불하는 셈이 된다.

나는 마이쮸 무화과맛을 개발한 사람들이 이 상황 때문에 혹시라도 받을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해 생각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무화과맛 캐러멜을 개발했는데 갑자기 복숭아맛이 아니라서 실망했다는 평가가 ‘바이럴’이 되어 두들겨 맞는다면, 그래서 혹시라도 사측으로부터 ‘뭘 어떻게 한 건데 이따위 말을 듣느냐’는 이야기라도 듣는다면 그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일까? 매우 궁금하다.

한편 그런 생각도 했다. 내가 음식이나 음식점에 대해 부정적인 리뷰를 하면 ‘그렇게 하면 사람 밥줄 끊어 놓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전문가*다. 음식과 맛의 이론과 실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를 바탕으로 평가해 좋고 나쁨을 가린다. 적어도 무화과, 그것도 말린 것을 놓고 ‘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때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꾸준히 욕을 먹어왔다. 내 리뷰가 맞고 틀리고는 그들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고, 내가 그들 편이 아닌 것만 상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짬뽕을 먹고서는 짜장면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0점’이라고 말하면 누가 그 사람의 편을 들 것인가? 다들 (비)웃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그것과 다른 게 무엇인가? 개인에게도 알아야 할 최소한의 의무가 있다. 특히 이런 식으로 잘못된 가치판단이 일파만파 퍼져 웃음거리가 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많은 이들이 그냥 먹은 걸로 음식과 요리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생각하는데 전혀 아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음식과 요리의 이론과 실기에 대해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복숭아라고 기대했는데 무화과라서 0점’이라고 말해서 이렇게 시끌벅쩍해질 정도였다면 모르는 게 확실히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소비자 정체성과 우상숭배가 문제다. 내가 내 돈을 썼으니 다 맞는다고 우긴다. 뭐 백분 양보해 그렇다고 치더라도 복숭아랑 무화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걸로 억지를 부리고 있는 사람들을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좋다며 추켜세워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더하라고 북돋아준다. 이쯤되면 멀쩡한 복숭아가 진짜 무화과라도 되어야 더 이상 웃긴 꼴을 안 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