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heater / Parasomnia-과거라는 미래

적응하는데 며칠 걸렸다. 낯설기도 할 뿐더러 지루하기까지 해서 앨범을 한꺼번에 다 못 듣다가 결국 한두 곡씩 나눠 들어서 전체를 붙인 다음 다시 처음부터 들었다. 낯설기는 다시 합류한 포트노이의 드럼 탓일 것이고, 지루하기는 비슷한 빠르기에 셔플 위주의 리프들 때문이었으리라.

포트노이 재가입설을 접하기 이전에도 이 앨범이 이전 것들보다 더 나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사운드의 핵심이라 여기는 케빈 페트루치의 솔로 앨범과 리퀴드 텐션 익스페리먼트의 3집이 딱히 처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인급 연주에 변박 등이 적극적으로 쓰이는 극적인 전개 등등 다 좋지만 사실 드림 씨어터의 핵심이 나는 전체에 고루 배어 있는 팝적인 멜로디와 감각이라고 본다.

이미 선공개된 곡들만으로도 분위기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밴드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 가고 싶었던 것이 분명하다. 마이크 맨지니는 원래 좋은 드러머이고, 포럼이나 유튜브에서 주워 먹은 덧글들이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처럼 밴드는  포트노이 버전에 비해 열악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임스 라브리에가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공연을 보시라).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과연 포트노이의 밴드 내 역할이 무엇이었을까 곱씹게 된다. 아니, 그가 드러머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보다 밴드도 인간들의 집합이니만큼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이었을지 궁금하다는 말이다. 근거도 전혀 없이 그냥 추측을 하자면 모두가 말수 적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모범생들의 집단에서 유일한 ‘또라이’의 역할은 아니었을까? 너무 처지지 않게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 같다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난 솔직히 그가 안 복귀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드림 씨어터를 나간 뒤 그가 했던 활동들을 보고 있노라면 좋다싫다 따지기 이전에 자기 물이 아닌 데서 노는 듯한 고기 같아서 보기 괴로왔다. 그럼 더더욱 복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글쎄…

이 앨범은 일단 공간감부터 확실이 날이 서 있다. 날것의 느낌이 난다고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요 몇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공간을 전개하고 있다. 역시 너무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확실히 멤버들이 신난 것 같은 에너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15년 전, 포트노이가 5년 동안의 활동 중단 및 휴식을 제안했지만 다른 멤버들 모두가 반대했기 때문에 갈라섰다고 한다. 이후 세월이 이렇게 흐르자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화해 분위기로 흘러서 결국 재가입이 성사되었다고 한다(라브리에는 포트노이와 11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컬을 빼놓은 네 명이 몇십 년 세월을 같이 한 동네 친구라면 밴드일지라도 이야기가 또 다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탓에 표면으로라도 우호적으로 갈라선 맨지니가 ‘쟤 때문에 그동안 드림씨어터가 후졌었지’라고 욕을 먹는 건 이해가 전혀 안 되지만.

곡이 예전보다 더 좋다 이런 말은 할 수가 없지만(그렇다고 더 나쁘지도 않지만), 이 앨범은 확실히 ‘Train of Thought(2003)’ 이전 시대로 되돌아 가겠다는 밴드의 의지가 확실히 드러난다. 편곡을 비롯한 긴 곡 안에서의 변화랄지 루데스의 키보드 음색과 질감 등이 방증이다. 말하자면 ‘Images and Words(1992)’, ‘Metropolis Pt. 2(1999)’의 뼈대에 ‘Train’의 껍데기를 입힌 느낌이랄까?

그런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멤버는 의외로 명이다. 드림씨어터를 30년 넘게 들으면서 그의 베이스가 이렇게 잘 들린 적도 또 신나게 들린 적도 없는 것 같다. 좀 더 게인이 많이 들어간 음색에 박자도 많이 쪼갠다. 어쩌면 포트노이가 복귀한 영향을 리듬 파트너로서 가장 많이 받았던 걸까? 이로서 이들이 원했던 것은 포트노이의 복귀를 바탕으로 한 과거로의 회귀 같은데, 나쁜 방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밴드를 40년 쯤 했다면 먼 과거가 돌고 돌아 미래로도 작용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사족

1. 사실 난 라브리에를 이제 그만 명예롭게 은퇴시켰으면 좋겠다. 듣기 힘들다.

2. 내가 남 머리 가지고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이제 페트루치는 수염과 머리 가운데 하나는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