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이북만두-진짜 정말 이북 음식
이것은 아마 서울 한복판, 아니면 남한에서 먹을 수 있는 진짜 정말 이북 음식 아닐까? 식탁에 놓인 김치말이밥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 우리가 환상처럼 여기는 그 옛날 언젠가의 이북 음식 이야기가 아니다. ‘고난의 행군’ 등을 겪고 굶주리는, 가난에 찌든 현재의 이북 음식 말이다. 끼니가 되기 어려운, 김칫국물에 말은 밥이 11,000원. 그나마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을까? 국산으로 보이지 않는 김치(!)와 발로 만든듯 무성의한 어묵볶음의 반찬, 그리고 거의 삭은 것처럼 힘이 없는 밥이 이 음식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나마 김치말이밥은 양반이었다. 옆자리 사람들이 시킨 전은 정말 맛을 말하기 이전에 눈으로 보는 완성도가 극악이었다. 과연 이런 음식을 돈 받고 팔아도 될까? 파는 사람도 문제지만 먹고 호평을 하는 이들도 문제다. 사실 나는 이 음식에 대해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저질 음식 먹고 기록을 남겨봐야 스트레스만 받기 때문이고 그래서 요즘 글을 잘 안 쓰는 것인데 며칠 뒤 한 트윗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보통의 개인이라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평을 하든 알 바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벽을 세워 권위를 좇고 영향력을 미치는 부류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바로 그러려는 이유 때문에 진짜 인간적으로 말도 안되는 음식조차 호평을 하는 경우를 하루에도 백만 번씩 보는데, 인간적으로 좀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권위와 영향력을 위해 수준이 낮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음식을 좋다고 그러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진짜로 이런 음식마저 좋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결국 어떤 방향으로든 문제라는 말인데, 이런 수준의 음식을 먹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면 그런 사람들은 권위와 영향력을 좇으면 안된다. 그 권위와 영향력이 궁극적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개밥이래도 할 말이 없는 걸 꾸역꾸역 퍼먹고 일어나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 뒤에 걸려 있는 허영만의 사인이 보였다. ‘어렸을 때 간식으로 많이 먹었는데 어쩌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거봐요, 허영만마저 이 음식이 끼니가 될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잖아요? 나야 뭐 한 번 먹고 안 가면 그만이지만 이런 수준의 음식마저도 선택지에 넣고 고민해야 하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정말 가여웠다. 나라면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이런 음식을 사먹는 건 용납할 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