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베이글 뮤지엄-최악의 최악
드디어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베이글을 먹고야 말았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자의로라면 영영 먹지 않을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지난 세월 동안 나쁜 음식을 충분히 많이 먹었으며 그에 대한 나쁜 평가도 원없이 했다. 그 과정에도 욕도 배부르게 먹었다. 요즘은 거기에 뭘 더 얹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내 마음이 지푸라기 한 오라기를 더 버틸 수 없는 노새의 등은 아니겠지만… 피로한 건 피로한 거다.
하지만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먹어야 할 일이 생겨버리고 말았으니, 크게 의식하지 않고 먹은 ‘런베뮤’의 베이글은 크나큰 충격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이상한 베이글의 단점만을 모아 놓은 최악의 집결체 같은 느낌이었다. 글은 거의 쓰지 않았지만 올 한해 나는 참으로 이상한 베이글을 많이 접했다. 반죽을 말아 놓은 모양대로 주름이 잡히다 못해 터진 것들, 온갖 말도 안되는 토핑을 얹고 소를 채운 것들, 베이글답지 못하게 물렁물렁한 것들… 이 모든 것들의 맨 꼭대기에 올라 앉을 만한 수준인 가운데 심지어 축축하고 질척했다. 삶기는커녕 찌지도 않은 것 같은 반죽을 덜 구웠다.
음식은 개념적으로도, 실행적으로도 이상해질 수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도적으로도, 또는 의도치 않게도 망가질 수 있다. 그런 가운데 ‘런베뮤’의 베이글은 음식이 나빠질 수 있는 가능성을 한번에 모두 충족시킨 최악의 결과물로서 단연 두드러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달리 말해, 이것은 그냥 주더라도 먹어서는 안 될 음식이다. 하지만 그렇게 미친 듯이, 가게가 문을 열기 몇 시간 전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 병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것은 나쁜 베이글이기 이전에 나쁜 음식이며, 내가 지금껏 이 일을 하면서 접했던 모든 나쁜 것들 가운데 가장 나쁜 것에 속한다. 말하자면 최악의 최악이다. 트로피라도 하나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