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본점] 스코프-못난이 가성비, 공허한 맛과 질감
와, 신기하다. 롯데 본점에 스코프 매장이 생겼기에 케이크와 파이 서너 가지를 사왔다. 모든 게 큼직큼직하니 너무 가성비 좋아 보이는데… 좀 못생겼군. 그리고 집에 가져와 먹었는데… 웃음이 폭발했다. 상호처럼 ‘scoff’의 수준도 아닌 ‘LOL’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크고 푸짐하게 생겨서 맛이 하나도 없을 수 있을까? 스코프에서 파는 케이크나 파이류는 모두 지방을 넉넉하게 써서 만드는 것들이다. 비단 버터 뿐만 아니라 계란이나 우유까지 포함한 지방 말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를 쓰지 않거나 물로 대체한 것처럼 맛도 질감도 공허했다. 특히 먹어본 모든 종류에서 일관적으로 응집력이 전혀 없는 질감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야, 파운드케이크에서 입자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니. 이렇게 만드는 요령을 짐작할래야 짐작할 수가 없기에 가능하다면 배우고 싶을 정도로 스코프의 제품들은 내가 알고 있는 퀵브레드나 케이크류의 질감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실로 새롭게 창조한 장르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 많은 것들에는 원형이 존재한다. 그래야 변주도 응용도 모두모두 공존할 수 있다. 그런데 변주와 응용을 할 때에도 원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그대로 가지고 간다. 그걸 무시하거나 무너뜨리는 순간 변주도 응용도 의미가 없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2023년 한국에는 그런 음식들 투성이다. 제과제빵류만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막강한 물렁 베이글과 뚱카롱이 있다. 이 모든, 그야말로 ‘근본 없는’ 변주와 응용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찬찬히 생각해 보면 대체 얼마나 의미가 없고 심지어 해롭기까지 한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맛있는 음식이지 그럴싸한 컨셉트나 스토리가 아니다.
*그나마 다른 케이크나 과자류는 ‘LOL’ 수준에서 그치지만 스콘은 ‘LMFAO’도 모자라다. 이쯤 되면 정말 문화적으로 해로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