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 홍대순대국-김치와 밥의 균형

근처에서 영화를 보고 배가 너무 고파서 별 생각 없이 찾아 들어갔다가 작은 감동을 받았다. 한식의 핵심이자 균형을 잡는 요소인 김치와 밥이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김치, 특히 깍두기의 신맛이 두드러질 정도로 익어 맛의 균형을 잘 잡아주니 순댓국이 기름지거나 느끼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익지 않은 대신 고춧가루의 자극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김치를 늘 먹다 보니 이토록 잘 익은 김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검증된 바는 없지만 나는 김치가 잘 익을 수록 식당에서 소비가 줄 거라 본다. 신맛의 여운이 길면 김치를 적당량만 먹게 되기 때문이다.

밥도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하다는 느낌 정도만 남아 뚝배기에 펄펄 끓어 나오는 국물에 말 경우 온도가 그래도 먹기 편한 정도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펄펄 끓는 국에 뜨거운 밥이 더 부담스러운 계절인데 입천장을 델 걱정 없이 편하게 먹는 탕국류라면 훌륭하다. 물가가 올라서 1만원 이하로 외식하기가 쉽지 않은 요즘, 음식점들이 온도 같은 작은 요인에 좀 더 신경 써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