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샤인머스켓 빵-껍데기만 갈아 끼운 델리만주
이제는 샤인머스켓 빵도 나왔다. 궁금해서 안 사볼 수 없었지만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잼으로 가공할 수 있는 과일로 빵을 만든다면 당연히 그렇게, 설탕과 함께 걸쭉하게 끓인 소를 넣은 제품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 빵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샤인머스켓 분말로 향을 불어 넣고 소는 강낭콩 앙금으로 처리했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나온 온갖 종류의 지역빵과 전혀 다른 게 없다. 그런 가운데 모양과 색은 샤인머스켓을 닮게 만들려고 엄청나게 애를 썼다. 맛은… 원래 인공적인 맛의 샤인머스켓을 가지고 한층 더 인공적인 맛을 다듬어 냈다.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맛이고 맛은 상당 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를 다듬는 게 요리의 최대 과제인데, 이런 종류의 지역 빵에는 고려한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하면 맛과 무관할 수도 있는 모양을 최대한 닮게 만드는데 가용한 자원을 집중시킨 것 같이 보인다. 그렇다고 모양이 엄청나게 닮았고 또 예쁘냐면 그렇지도 않다. 개당 2,000원이라는 가격은 절대적으로는 사소할 수 있지만 사고의 결과물이라 생각하면 너무 무성의하기에 비싸다. 2022년이라면 마가린을 쓴, 껍데기만 갈아 끼운 델리만주를 먹을 시기는 지나지 않았을까. 버터를 쓴 마들렌을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현실에서 이런 지역빵은 참으로 안일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