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 원조 호남 순댓국-간의 감촉
평범한 당면 순대를 쓰는 집에 간(7,000원) 메뉴가 따로 있으면 호기심을 안 갈 수 없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단일 메뉴로 팔겠지? 그래서 주문해 먹어 보면 헤아릴 수 있다. 차게 나오는 간 대부분-전체는 아니다-이 촉촉하기 때문이다. 수원이 고향이라 어릴 적부터 순대를 참 많이 먹고 살았건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 돼지간은 처음이다. 가장자리와 중심부의 감촉이 다른 간이라니. 순대의 곁들이가 아니면 잘 안 먹게 되는 돼지간도 사실은 조리를 잘 못 해서 그런 팔자인 것인가,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안겨준다.
한편 순댓국도 평범하지는 않다. 내장(특)을 시켜보았는데 곱창이 굉장히 야들야들하게 잘 익어 있었다. 내장류는 결국 소화기관이므로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이다 보니 부드럽게 익힌 것 같아도 심은 살아 있게 마련인데, 이곳의 내장류는 거의 저항 없이 잘 씹혔다. 먼 옛날에 농담으로 ‘돼지곱창 볶음에 소주 마시면 그날 밤에 이빨 자국 난 곱창을 잔뜩 토한다’고들 했는데 이곳에서 만큼은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메뉴에 뚝배기불고기까지 있어 이게 뭔가 싶기도 하지만 음식을 먹어 보면 수긍이 간다.
*사족: 음식점에서든 레토르트든, 순댓국을 먹어 보면 대체로 국물이 좀 멀겋다는 느낌을 받는다. 흔히 쓰는 건더기를 생각하면 국물에 힘과 짜임새가 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말하자면 한국의 돼지, 혹은 더 나아가 그냥 동물을 끓인 국물은 그다지 진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렇기에 옥동식 같은 음식점이 지향하는 소위 ‘맑은 국물’의 인기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원래 그랬던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