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음악’ 플레이리스트(3) [2001~2010]
이 시기는 의외로 기억이 선명하게 나지 않는다. 어쩌면 환경 자체가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대충 아무 주파수에 라디오를 맞춰 놓아도 들을만한 음악이 나왔고, 시내에는 정말 큰 타워레코드가 있었으며, 서점에는 미국은 물론 영국의 음악잡지도 널려 있었다. 말하자면 ‘본토’였으므로 음악을 정말 원하는 만큼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살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열심히 들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공연이었다. 메탈리카부터 라디오헤드, 위저나 드림씨어터처럼 대형 밴드는 물론 어쩌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인디 밴드들의 공연도 열심히 보러 다녔다. 심지어는 헬로윈 같은 독일 메탈 밴드마저 미국에서 볼 수 있었으니 이룰 만큼 이룬 시기였던 가운데 역시 최고의 수확은 책에서도 소개한 ‘도브스’의 발견이었다.
이 시기에 열심히 사모은 씨디는 돌아올 때 짐을 줄인답시고 ⅔ 이상 내지와 알판만 남기고 케이스를 뜯어 버렸다. 언젠가 케이스만 사면 멀쩡한 앨범으로 수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가지고 들어왔지만 늘 공간의 제약을 받는 한국에서 그럴 기회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