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젤라토와 결산 2021

우연히 어떤 젤라토를 먹었다. 한마디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젤라토였다. 젤라토는 알아도 음식은 모르거나 식재료 전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이 교과서를 그나마 착실하게 따라서 만든 맛을 냈다. 그 어떤 요소도 말을 건네지 않아서 먹는 마음이 참으로 공허했다.

코로나의 시국이라고 해서 매력 없는 음식이 갑자기 매력 있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나의 고민이다. 몇 단계 거리두기로 아홉 시에 음식점 문을 닫는 현실이라고 해서 음식의 맛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평가는 예전과 같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평가만 같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참 많은 것들에 대해 쓰고 싶지 않은 2021년이었다. 단시일 내에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내 일에 대한 접근도 당분간은 계속 이런 식일 것이다. 그러나 누가 행간의 머뭇거림까지 읽어줄지, 나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