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충분히 비참하지 않다면, 닭가슴살 소시지
가끔 큰 토트백을 들고 나가 백화점 지하 매장을 돌며 처음 보는 식료품으로 가득 채워 돌아온다. 그렇게 가져온 것들 가운데 종종 대박이 터지는데, 최근에는 씨제이의 닭가슴살 소시지가 정말 대단했다. 정식 상품명은 ‘부드러운 닭가슴살 소시지’이지만 미안하게도 전혀 부드럽지 않아서 거짓말이라 여기기로 했다. 생각해보라. 닭가슴살 함유량이 무려 84퍼센트인 소시지가 과연 부드러울 수 있을까? 그렇다고 지방을 보충한 것도 아니라서 나머지 16퍼센트는 증점제와 향신료 등등의 첨가물이다. 그리하여 한 입 물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단백질로 만든 분필을 먹는 것 같았다. 닭가슴살의 뻣뻣함을 푸석함으로 승화시키면서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함을 창출했달까?
그렇게 뻣뻣한 가운데 단맛이 꽤 두드러져서 더 역하다. 비단 이 소시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익혀 파는 닭가슴살도 그런 경우가 허다한데, 지방이 거의 없어 뻣뻣하고 별 맛이 없는 식재료를 단맛으로 과보정하면 한결 더 역해진다. 단맛을 타고 어찌어찌 삼킬 수는 있지만 역한 느낌이 오래 남아 후회가 들고 급기야는 삶이 비참하다는 생각마저 들 수 있다. 현대인에게 닭가슴살 또는 그 가공품을 먹어야 할 이유가 많을 수는 있고 나도 정말 토할 때까지 먹고 또 토해본 적도 있어서 먹으려는 동기도 참아야 하는 맛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이 제품만은 정말 권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삶이 충분히 비참하다 생각하며 살고 있다면 일단 내려 놓고 다음을 기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