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음식은 왜 이다지도 암울한가

밖에 나갔다가 시간이 떠서 스타벅스에 앉아 몇 시간 일을 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져서 간식과 끼니의 중간 역할을 해줄 무엇인가를 찾았으나 참으로 마땅한 게 없었다. 고민 끝에 사진의 단호박 계란 샌드위치를 골랐는데, 조합 자체도 뭔가 그런듯 아닌 것 같았지만 만듦새가 너무 형편없었다. 곤죽이 된 채소의 수분으로도 촉촉해지지 않는, 골판지 같은 식빵을 씹고 있노라니 인간의 존엄성에 손상이 가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기분이 암울해졌다. 당장 오늘 한반도에 전쟁이 난다면 민방위에 편입되어 먹을 만한 수준의 샌드위치랄까.

스타벅스의 커피는 맛있지 않지만 애초에 맛이 목표도 아니다. 초단기 공간 대여를 위한 티켓이나 마찬가지인데다가 그와 맞물려 카페인을 제대로 공급해주면 되므로 굳이 맛있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먹을 수는 있게 조립(?)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음식은 좀 다르다. 선택적 구매가 가능한 상품이면서 궁극적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아이템이므로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야 하지만 완성도부터 신선도까지 어느 하나 멀쩡한 구석이 없다. 게다가 케이크류를 아예 빼놓고 보더라도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음식류는 체면치레 같은 샐러드를 빼놓고는 별 게 없다. (케이크의 수준에 대해서는 아예 이야기조차 꺼내지 말자…)

물론 나도 궁극적으로는 스타벅스가 음식을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그래도 물건을 판다면 먹을 수는 있어야 하며, 음료를 먹다 보면 또 체류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음식을 안 먹을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커피값의 100퍼센트는 기본으로 써야 하는 음식의 수준이 더 싼 맥도날드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맥도날드 커피가 스타벅스와 그렇게 큰 수준 차이도 나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