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도수향-훌륭한 떡, 번거로운 절차

너무나도 훌륭한 떡이었다. 한국에서 은근히 찾아보기 힘든, 액체를 간신히 잡아 놓은 듯 부드러운 떡과 부슬부슬한 거피팥 고물의 질감 대조가 감각을 확 일깨우고 고소함에 단맛, 짠맛의 조화가 매끄럽고 능수능란하다.

그런데 이런 떡을 먹기 위한 절차는 꽤 번거롭다. 홈페이지는 있되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화를 걸어 원하는 수량과 시기를 알려준다. 그럼 시기에 근접해 떡값과 이체를 위한 은행 구좌가 문자로 날아온다. 아니, 그정도면 준수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퀵비를 제외한 금액만 안내가 됐고, 입금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별도로 배송비를 알리는 문자가 또 왔다. ‘퀵비는 별도입니다’라고. 그걸 모르지 않는데 왜 처음부터 안내를 해주지 않은 걸까?

결국 입금을 두 번 해야 되는데 퀵비의 부가세를 구매자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기에 이유가 궁금했지만 별도의 설명은 없었고, 부가세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내가 직접 퀵을 수배해서 매장으로 보내면 된다고 했다. 결제 혹은 세금 관련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짐작이 갔는데 정작 발행해서 사진 찍어 보내준 현금 영수증에는 하나의 항목으로 합산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북식 인절미 16개 20,000원에 퀵비와 부가세 18,700원 도합 38,700원을 치르고 떡을 받았다.

너무나도 훌륭한 떡이기에 더 궁금해진다. 구매자가 최상의 상태에서 먹는 걸 바라기에 택배를 안 쓴다는 방침은 그래도 이해할 수는 있다(그러나 사실 떡의 상태는 결국 구매자가 감수할 문제 아닐까? 맛이 얼마나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구매자가 용인한다면 못 팔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매장에 가지 않는 이상 선택지는 퀵서비스 밖에 없으니 홈페이지에라도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왜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지도 궁금하다. 물론 떡의 경우 인터넷 사용이 편하지 않은 고연령대의 구매자가 많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이들에게는 전화를 걸고 받고 떡값과 퀵비를 별도로 안내받고 현금을 입금하는 것보다 카드를 활용한 스마트폰-온라인 결제가 훨씬 편하다.

매장측에서 이런 현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렇다면 적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브랜드의 희소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면 나는 반대한다. 퀵비의 부가세까지 추가 부담하면서까지 주문할 용의가 있는 구매자라면 적어도 이보다는 좀 더 편한 과정을 거칠만한 권리가 있다고 본다. 음식의 오래된 가치는 고수할 수록 빛이 날 수는 있지만 그 주변의, 활용을 위한 편의시설까지도 오래된 것의 가치를 고수할 경우 번거로움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덩치를 키운다.

*사족: 손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떡을 우리는 이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그것이 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