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쓸데 없는 음료 2종

틈틈이 편의점 냉장고를 뒤져 마셔온 쓸데 없는 음료들 가운데 그 쓸데 없음이 특히 두드러지는 2종을 골랐다.

1. 귤 먹은 여우티

팥과 늙은 호박까지는 좋다고 생각해서 집어 들었는데 마셔보니 현미와 귤향이 치고 올라와 망했다. 사실 현미까지는 팥과 호박에 묻어갈 수 있는데 구수함의 끝을 타고 느닷없이 귤향이 치고 올라와 더할 나위 없이 역해진다. 구수함에 상큼함으로 균형을 맞춰보겠다는 취지는 백분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귤, 특히 향은 그다지 상큼하지 않다. 게다가 그냥 귤껍질로 모자라 안전장치 혹은 나쁜 습관처럼 한라봉향을 꼬리에 달아 놓아서 역겨움이 배가된다. 싸구려 과자향이 나는데 맛은 달지 않아서 정말 충격적이다.

2. 양반 오미자

역시 그냥 오미자만 적절히 제 할 일을 하게 놓아 두었더라면 중간은 갈 수 있었을 것을 사과부터 몽크후르츠(뭐지?) 등등을 욱여넣어 이맛도 저맛도 아닌 음료가 되어 버렸다. 사실 이 음료의 진짜 악은 아세설팜칼륨, 아스파탐, 수크랄로스의 삼대 감미료이다. 모든 맛을 뒤덮어버려 궁극적으로는 요즘 많이 널린 0칼로리 음료가 되어 버렸다. 제품명에는 오미자가 달려 있지만 입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실종되고 없다.

이런 음료를 마시고 있노라면 설탕이 잔뜩 든 콜라류보다 사실은 더 악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콜라는 어쨌든 설탕이 잔뜩 들어 있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걸 너도나도 옆집 할아버지도 다 안다. 반면 그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나오는 이런 음료들에 정말 건강한 구석이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음료가 물보다 나은 걸까? 탄산음료는 쾌락을 위해 마신다고 치더라도 이런 음료는 무엇을 위해 마시는 걸까? 모든 음식 관련 건강과 맛 논의의 핵심에는 물이 있는데 이런 음료들은 물을 선택하는 게 무용하다는 선입견을 조장한다. 차라리 무알콜 맥주가 이런 괴상한 차류보다 나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