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 르 디투어-공간과 빵의 규모 논리
세계적인 상을 받은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수원 광교의 카페 ‘르 디투어’에 가봤다. 1층의 평상이나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의 데크 등 실내에서 적절히 벌어지는 놀이가 재미있는데, 공간 자체가 인간의 규모보다 훨씬 커서 압도하는 경향이 조금 있다. 넓기도 하지만 층고가 높으므로 소리가 울려서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카페로서의 역할은 맡기 힘들어 보인다. 내부는 괜찮지만 외부의 “노출 콘트리트”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한 고민이 묻어나는 듯 고급스러운 질감을 품고 있지 못해 아쉽다. 상호가 붙어 있는 현판 등도 그렇고 외부의 마감이나 재질 선택은 내부에 비해 수준이 좀 떨어진다.
건물의 규모 만큼이나 거대한 빵도 재미있었다. 맛의 일정 부분은 시각화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업장에서 부피를 키워 가치를 불어 넣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은 정말 그에 충실해서 빵은 대체로 하나가 2인분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크림을 채워 넣은 크루아상 등 족보를 추적하기 어려운 빵들이 대부분인데 그렇다고 엉터리는 아니고, 기본적인 완성도는 갖추었다.
커피는 붙박이와 기간 한정 블렌드를 모두 마셔 보았는데 전자는 좀 엉터리였다. 맛이 활짝 피어나지 못하고 구석에 약간 웅크리고 있는,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 로스터리-말하자면 유명세는 있어 여기저기 납품하지만 프랜차이즈는 아닌-의 원두 느낌이었다. 막 입에 넣었을 때는 맛있다고 느끼지만 곧 여운이 사라지는 전형적인 표정이었다.
우연히 가게 되었는데 말하자면 ‘핫플’이어서 코로나 시국에서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적어도 당분간은 공간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는 가지기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앞에서 언급한 데크 등, 일반적인 임대 공간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공간 요소들을 품고 있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겠다.
*사족: 코로나 시국에 빵을 그냥 공기중에 노출시켜 놓는 건 현명한 처사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