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마감을 치다 말고 너무 힘들어서 잠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며칠 전 갑자기 알게 된 노래를 들으며 겨울바다를 생각했다. 올 여름엔 유난히 겨울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단지 여름이 덥고 괴롭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고 싶은 곳을 품고 싶었다. 기다려도 되는 대상을 기다리고 싶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게 아마도 유일하게 겨울바다이다. 바다는 기다려도 언짢아하지 않는다. 겨울은 기다려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겨울바다를 생각했다. 겨울까지 나는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살아 남아 있더라도 정작 겨울이 오면 시들해하지는 않을까? 한기가 잔뜩 서린 바다를 단 5분만 걷고 싶다. 그 짧은 시간마저도 여름의 회한을 말끔히 묻어 버리기에는 충분하다. 그래서 겨울바다를 생각했다. 여름과 겨울 가운데 어느 계절을 더 좋아하세요? 질문은 뜬금 없었을 수도 있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가끔은 그렇게 누구에게라도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은 물어봐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싶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