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수 돈까스-안타까운 조연
무엇인가를 먹으러 열심히 걷고 있다가 돈까스집을 발견하고 홀린 듯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먹은 ‘나혼자카츠(13,000원)’는 훌륭한 주연을 조연이 전혀 받쳐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한 접시였다. 가격을 생각하면 높은 기대치를 입지로 적당히 보정하면 튀김들은 준수했다.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촉촉했으니 적당함이라는 게 요즘의 바깥 음식에서 얼마나 맛보기 어려운 가치인가 감안하면 사람에 따라 놀랄 수도 있는 완성도였다.
그런데 조연은… 사실 별다른 첨언 없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마를 짚게 만들 정도로 어수선하다. 과연 저 모든 흑미밥과 옥수수와 감자와 희고 빨간 양배추와 감귤 통조림(!)은 돈까스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나는 접시를 비울 때까지도 그럴싸한 논리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여기에 더더욱 존재감이 없는 셀프 곁들이인 장국과 김치와 피클까지 가세하고 나면 다 먹고 돈까스의 어깨를 좀 두들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당신이 고생이 많소…
코로나 시국이 끝날 때까지 부정적인 리뷰는 쓰지 않겠다고 했으니 고민하다가 튀김 자체는 준수했으므로 그냥 쓴다. 주연을 잘 다듬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면 조연 정도야 금방 수련시킬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 말이다. 복잡함이 불안함의 발현일 때 대체로 음식은 실패의 길을 걷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