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상반기 결산
2021년 상반기의 마지막 날은 방송 촬영으로 보냈다. 특성상 대기가 많아서 간만에 올 상반기를 결산해 보았다. 지난 1월 말, 나는 병원에서 거의 울면서 사정했다. 너무 힘든데 나아질 방도가 없겠느냐고. 2020년 말 번역 원고를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달린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었다. 유일한 가능성은 이전에 부작용으로 쓰다 만 약이었고 그거라도 좋다고 했다. 운이 좋았는지 화학적 궁합이 이번엔 맞았는지 이후 안정을 찾아 상반기의 끝인 오늘까지 평온하게 살아왔다. 다행스럽게 부작용도 겪지 않았다. 4월부터 열심히 움직였고 오늘까지 91일째 애플워치의 링 목표치를 연속으로 채웠다. 이처럼 몸이 잘 움직여지는 건 정말 몇년 만 같다.
전반기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운 일은 많았다. 100화로 연재를 끝낸 한국일보 ‘세심한 맛’ 원고의 자리를 찾아주려 내 나름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지만 결실은 없었다. 코로나로 밀린 원고가 많아서(?!) 당장 계획하기 어렵다는 답을 듣거나, 아예 묵묵무답인 곳도 있었다. 작년에 작업한 원고 하나가 후반기에 출간될 것이고 새 책의 원고를 쓰고 있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아쉬움을 말끔히 지울 수는 없다. 내가 만드는 컨텐츠가 가지고 있는 범위의 태생적 한계를 절실히 느낀달까? 천지가 개벽해서 나 자신이 전지전능한 브랜드 파워를 가져 컨텐츠와 역전 현상을 벌이지 않는 한, 컨텐츠 장사로서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만드는 것과 같은 음식 컨텐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후반기는… 일단 여름을 잘 나는 게 목표이지만 지금 계획이 잡힌 대로 일을 한다면 바쁠 것 같다. 피곤해서 오늘은 여기까지.
올해 전반기의 수확 가운데 하나는 김마리였다. 벤치마킹의 대상이 90년대 가요인지 아니면 그것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 가요인지 좀 헷갈리지만 비음이 섞인 그의 목소리가 딱 적당하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