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못생긴 스콘의 실태
지난 주말의 베이킹 메뉴는 드롭 비스킷이었다. 원래 간단하지만 최근 더 간단한 레시피를 발견해서 시험해보았다. 일상적인 재료에 상온의 크림을 데운 뒤 계량컵으로 떠서 구우면 되는, 정말 간단한 레시피이다. 준비부터 구워 먹기까지 딱 20분 걸렸다.
음식에 우열이 있나 싶지만 비스킷 혹은 스콘의 세계에서는 이게 버터를 문질러 섞은 뒤 액체를 더해 접어 굽는 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일단 켜를 만들어 주지 않기 때문에 높이 솟아오르지도 않고 일반적인 비스킷/스콘보다 덜 폭신하다. 또한 재료를 섞는 수준에서 반죽이 끝나고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이음매가 많이 생기는데, 구우면 고스란히 완성품의 분절로 자리를 잡으면서 딱딱하거나 뻣뻣해지는데 일조한다.
문제는 이런 비스킷/스콘이 표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국에 너무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혹시 내가 무엇인가 놓치고 있거나 영국에서는 접근이 다른가 싶어 찾아 보았는데 반죽에 계란을 넣고 안 넣는 차이만 있을 뿐 기본 접근은 똑같았다(영상 참고). 밀가루에 버터를 비벼 섞어 글루텐을 잘라준 shorten 반죽에 액체를 더해 매끈하게 일체화 시킨 뒤 틀로 따내 구우면 버터의 수분이 날아가면서 자연스레 부풀어 오르게 된다. 켜가 완성도의 방증으로 기능하는 크루아상이나 기타 페이스트리와 같은 원리이다.
드롭 비스킷/스콘은 구워낸 뒤 잠깐 동안만 즐겁게 먹을 수 있고, 일단 식으면 매력이 급감한다. 켜를 만들어 구운 것은 반으로 갈라서 토스터에 굽기도 쉽지만 반죽을 떠서 만든 것들은 이음매를 타고 조각조각 부서져 그러기도 쉽지 않다. 물론 굽는다고 원래의 상태로 열심히 돌아가는 것도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이런 한국형 비스킷/스콘이 정말 못마땅한 이유가 있다. 반죽을 떠서 만들더라도 굽기 직전 팔레트 나이프 등에 물을 묻혀 반죽의 표면을 마치 미장질하듯 매끈하게 골라주면 이음매를 줄이고 훨씬 매끈하게 구울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공정의 필요성 따위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이 보인다. 아니, 되려 누가 더 울퉁불퉁 거칠고 못 생기게 구울 수 있는지 경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것 같다. 대체 누가 이렇게 성의 없고 완성도 떨어지는 접근 및 레시피를 한국에 퍼뜨렸는지 나는 좀 알고 싶다. 장점은 하나도 없고 단점이 너무나 많아서, 쉽게 많이 팔아 먹고 싶은 것 외의 의도를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정말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