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일에 대한 전반적인 나의 태도랄까, 그런 것들에 대해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재삼 생각했다. 내가 왜 쓰더라? 그냥 이것 밖에 남은 게 없어서 쓴다. 또또또 지난 일을 또 이야기하지만 안 할 수가 없다. 그만큼 삶에 큰 영향을 미쳤으니까. 하여간, 그때 나는 느꼈다. 어떤 부분의, 일정 비율의 죽음을. 나는 그냥 이대로 쭉정이 husk로 살겠구나 생각했다. 무엇인가 또 찾아서 억지로 열심히 의미를 부여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바라는 나는 아닐 테고 괜찮지 않아도 그렇다고 말하지 못할 사람들에게 괜찮아 보이는 용도로나 쓰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이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했다. 그래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떤 사람들은 영영 모른다. 할 수는 있지만 말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경험이 영영 바꿔 놓은 삶의 국면 같은 것을. 물론 모르는 게 좋다. 모르면 행복하다. 안다고 더 불행해지는 건 아니지만 이후의 행복은 알거나 믿고 있었던 바로 그것으로 회귀하기 않는다. 아니, 못한다. 겪지 않은 사람이 부럽다. 모르는 사람이 부럽다. 하여간 이것 밖에 남지 않아서 이것만 한다. 다른 것도 좀 남아 있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만이라도 남았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서 쓴다. 이 일을 단 한 가지 방법으로 밖에 하지 못하는 건 그래봐야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다면 남아 있는 의미조차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