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세게 넘은 두꺼비
동네 홈플러스에 딸기를 사러 갔다가 그냥 넋이 나가 버렸다. 두꺼비, 너 이제 선 넘었다. 진로 방향제라니! 아주 그냥 세게 넘어버렸네. 혹시 소주향일까 궁금도 했지만 확인까지 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모에화를 넘어 술과 이런 수준으로 무관한 상품이 나왔다면 지갑을 열어주면 안된다.
고백하건데 나 자신 또한 두꺼비의 귀여움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못했다. 아무런 쓸데가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면서도 테라 맥주 궤짝을 든 두꺼비 피겨를 정말 진지하게 사려고 고민했으니까(테라라니, 진짜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할 것 같다. 두꺼비가 귀여워질 수록 더더욱 모질게 마음을 먹고 내칠 각오를 해야 한다. 귀엽다고 사줄 수록 두꺼비의 이미지는 더더욱 강하게 각인될 것이며, 그만큼 소주지옥의 사악한 권세 또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두꺼비의 귀여움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는 소주를 배척해야 한다. 두꺼비의 눈망울이 애잔해지면 해질 수록 우리도 마음을 점점 더 굳게 먹고 그를 내쳐야 한다. 그래야 소주가 더 이상 세를 불리지 못한다. 음주와 관련된 굳즈 제작과 할인쿠폰 배포를 금지해야 한다. 내친김에 이제 여성 모델의 주류 광고 기용도 완전히 막아야 한다. 길거리에 술병을 노출시켜 들고 다니며 노상 음주를 못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 모든 편의점은 야외 탁자를 완전히 없애버리던가, 탁자에서의 음주를 금지시켜야 한다. 경찰의 야간 순찰 임무 목록에 노상 및 편의점 음주 단속을 포함시켜야 한다. 술을 접하기가 너무 쉬운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 우리 모두 선을 세게 넘어버린 두꺼비를 배척하자! 두꺼비는 2021년의 악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