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한국인(5)] 김정문의 섬진강재첩-주저없는 시원함
인터넷을 돌다가 눈에 들어오는 국 종류는 거의 대부분 한 번씩 사서 먹어보는 ‘국의 한국인’ 시리즈, 오늘은 김정문의 섬진강재첩을 살펴보자. 사실은 극혐하는 ‘만개의 레시피’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걸 발견하고는 경기도 출신으로서 재첩국을 일상적으로 먹은 경험이 없었음을 깨닫고 낼름 주문했다. 재첩 국물과 살, 소금의 세 가지 재료만으로 내는 시원함이 주저 없어서 좋은데, 국물을 넘기고 곰곰이 뜯어 보면 대다수의 국에 비해 좀 센 간도 한 몫 거든다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온갖 채소부터 장류까지 온갖 식재료들을 더해 다른 맛을 꾀할 수 있는 가운데, 된장이나 미소를 쓸 때는 간의 큰 그림을 신중히 살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국 된장보다 일본의 미소와 정말 잘 어울리는 국물인데 향과 감칠맛을 거들어 준다는 의도 이상으로 더하면 짜질듯.
5봉지에 19,900원이니 봉지당 약 4,000원 꼴이면 나쁘지 않지만 더도덜도 말고 500원만 쌌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국물 맛도 시원하지만 무엇보다 냉동까지 거쳤는데도 자잘한 재첩이 적당한 탄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하다. 자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어설픈 숙취해소제-구토촉진제-보다 이걸 냉동실에 쟁여 놓는 게 훨씬 낫겠다.
*사족: 포장 뒷면에 매우 귀여운 엠블렘이 그러져 있는데(사진 참조), 재첩을 학명(Corbicula Leana)으로 적어 놓은 게 나름 귀여웠다. 불고기가 bulgogoi, 비빔밥이 bibimbap으로 통하는 세상이라면 그림도 있으니 재첩도 Jeachup이라 표기해도 문제 없을듯.